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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저 전사자 유가족들의 투쟁을 외롭다 할 것인가? -
제2 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유가족들이 ‘NLL 사수 전사자 유족회’를 조직하고 “노무현-김정일의 NLL 대화록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얼마 전 ‘한반도 평화 포럼’이라는 단체가 "천안함 침몰을 재조사하라“고 한 데 대한 유가족들의 분노의 표현이었다.
이들의 싸움이야말로 한반도 문제의 핵심을 찌른 것이다.
경제민주화니, 보편적 복지니 하는 것은 그 다음 순위의 이슈들일 뿐이다. 한반도의 으뜸가는 싸움은 역시 역사관 투쟁, 철학과 이념의 투쟁, 체제투쟁이다.
범좌파도 경제민주화와 복지 이전에 반세기 전의 5. 16과 유신을 들먹이고 있지 않은가? 그것은 그들 나름의 역사관 투쟁, 이념투쟁, 체제투쟁 아니고 무엇인가? 그들이 천안함 폭침을 굳이 ‘침몰’이라고 부르면서 국제조사단의 과학적 조사결과를 외면하는 것 역시 갈 데 없는 체제투쟁이다. 그들이 말하는 경제민주화, 복지 운운은 그 본질적 싸움을 덮으려는 외피(外皮)이자 선동에 불과하다.
이처럼, 한반도의 역사관 투쟁, 이념투쟁은 8. 15 직후나 지금이나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북의 정권과 이념과 대남전략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반면에 대한민국 내부에는 체제변혁 세력이 깊이 뿌리를 내렸기 때문이다. 그 싸움의 대치선이 남과 북 사이에만 있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내부에도 그어져 있는 게 오늘의 우리의 냉혹한 현실이다.
이 싸움을 흔히 좌파와 우파의 싸움이라고 부르면서 좌파는 진보, 우파는 보수라고들 떠들지만, 이건 부정확한 소리이거나 의도적인 얼버무리기일 수 있다.
이 싸움의 정확한 명칭은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헌법체제를 수호하느냐, 파괴하느냐?”의 싸움이다.
보수냐 진보냐 하는 물음은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헌법체제가 있고나서야 던질 수 있는 질문이다.
그 체제투쟁의 핵심에 “천안함은 북에 의한 폭침이냐, 아니냐?”의 싸움이 걸려 있다. 그리고 “NLL이 대한민국의 영토선이냐, 미국의 ‘땅 따먹기’냐?”의 싸움이 놓여 있다.이 싸움의 선봉에 제2 연펑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유가족들이 나섰다.
누가 이들의 투쟁을 외롭다 할 것인가?
그럼에도 아직까지도 NLL 대화록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국민이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 전사자 유가족들의 싸움을 그들만의 동떨어진 싸움으로 방관해선 안 된다. 그것은 너무나 부도덕한 무관심, 두뇌와 심장을 떼어버린 ‘죽은 인간’이다.
망각의 최면에서 깨어나 “우리는 인간으로서, 그리고 사회적 존재로서 어떻게 해야 제대로 알 수 있고 제대로 살 수 있는가?”를 묻는 저 유가족들의 의로운 함성에 귀를 기우려야 할 때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