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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왼쪽)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네거티브 공방전이 가열되고 있다. ⓒ 정상윤 기자
[천안=최유경 기자] 대선 후보들의 발언이 점점 독해지고 있다.
공식선거운동 이틀째인 28일 충청권을 나란히 찾은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두 후보는 서로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들며 파상공세를 폈다.
박 후보는 "그 후보에게, 선거가 도박도 아니고, 나라를 맡겨셔야 되겠습니까"며 문 후보를 정조준 했고, 문 후보는 "박근혜 후보는 '빵점 이명박 정부'의 공동책임자"라고 힐난했다.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가 사퇴하기 전까지는 상대 후보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자제해왔기 때문에 이들의 변화는 더욱 눈에 띤다.
양측 대변인단이 하루에서 몇 번씩 '입심전쟁'을 벌이며 비방전을 펼치는 동안에도 박 후보는 문 후보의 NLL 논란을, 문 후보는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언급한 게 전부였다. 두 사안 모두 후보들의 강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일종의 장치로 활용됐다.
박 후보는 '네거티브'보다는 정책으로 승부수를 띄운다는 전략이었고, 문 후보는 박 후보에 대한 공세보다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 몰두했던 게 사실이었다.
막상 선거전에 돌입하자 매서운 난타전이 벌어졌다.
박 후보는 이날 오후 천안 유세에서 "문 후보와 그 세력들이 하자는대로 하면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고아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민주통합당과 문 후보가 한미FTA 재협상, 천안함 폭침 재조사 등을 요구하는데 따른 비판이다.
또 전날부터 "실패한 과거 정권의 최고 핵심 실세였다"며 무책임한 후보라고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는 노무현 참여정부에 대해서는 "민생을 팽개치고 이념 갖고 투쟁하다 보니 당시 국가 채무가 급증했고, 든든한 뿌리인 중산층이 급격하게 줄었다. 양극화가 심화된, 말하자면 최악의 양극화 정권이었다"고 규정했다.
문 후보도 이에 질세라 대전역 유세에서 "이명박 정부는 잘한 것이 하나도 없는 빵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박 후보는 '빵점 정부'의 공동책임자이다. 이명박 정부 5년간 국정이 파탄났는데 그 책임의 절반은 박 후보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와 문 후보의 발언이 독해진 데는 '부동층'의 증가와도 관련이 깊다.
안철수 전 후보의 사퇴로 지지할 후보를 잃은 부동층을 흡수하기 위해 상대 후보와 각 세우기에 더욱 열을 올린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여론조사 결과 안 후보의 지지층 중 상당수가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더욱이 이들은 정치에 관심이 많은 적극적 투표층으로 분류돼 양 측 모두 지지확보에 심혈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날 유세를 펼친 충청권이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승패를 좌우했던 만큼 초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총력전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이 정책경쟁이 보다 비방전으로 얼룩질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네거티브 공방이 더욱 심화될수록 정책 경쟁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새 정치를 갈망하는 중도, 무당파층의 정치불신이 강화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