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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선 후 첫 해외 순방지로 동남아시아 3개국을 방문하기로 하는 등 아시아 중시 행보를 보이자 중국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17~20일 미얀마와 태국,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3개국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라고 백악관이 8일(현지시간) 밝혔다.
먼저 오는 17일 태국 방콕을 방문해 잉락 친나왓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의 동맹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어 미얀마 양곤에서 테인 세인 대통령과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를 잇따라 만나 미얀마의 민주화 및 정치개혁, 양국 협력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다.
18일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하고 동남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 정상들과 만날 예정이다.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도 다음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새뮤얼 로클리어 미 태평양군사령관 등과 함께 호주를 방문, 장관급 정례회의를 가진 뒤 태국, 캄보디아에도 들를 예정이다.
캄보디아에서는 아세안 10개국 국방장관들과 만나 남중국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과 아시아 국가들의 영토분쟁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치열한 대선 레이스를 끝낸 오바마 대통령과 군 수뇌부가 일터로 복귀한 지 며칠되지 않아, 그것도 아시아 국가를 첫 순방지로 택한 것은 그만큼 오바마 정부가 아시아를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이라는 외교 정책 방향을 내세워 외교 전략의 중심을 기존 중동과 유럽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전환할 것임을 시사해왔다.
무엇보다 중국이 현재 18차 당대회를 통해 권력교체를 이루고 있는 중대한 시기라는 점에서 이번 방문은 미국에 대항할 'G2'로 떠오른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읽힌다는 분석이다.
실제 중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9일자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은 이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축소, 위상확대 억제 등 복합적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방문국 가운데 미얀마, 캄보디아는 미국 현직 대통령이 지금껏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고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온 국가들이라는 점에서 '중국 포위 전략'으로 보인다고 환구시보는 전했다.
중국은 과거 미얀마 군사정권의 후견국을 자처하며 깊숙한 관계를 유지해 왔으나 최근 미얀마가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중국의 위상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캄보디아 역시 동남아 국가 중 비교적 중국과 가까운 나라로서 중국은 캄보디아에 경제원조를 제공하고 고위층 방문을 강화하는 등 공을 들여왔다.
이런 가운데 미얀마, 캄보디아 등은 오바마 대통령의 첫 방문을 일제히 반기고 나섰다.
특히 군부독재 시절 미국 등 서방의 경제제재 조치로 고립의 세월을 보냈던 미얀마는 미국 대통령의 방문이 '역사적 사건'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DD)의 집행위원인 한 타 민트는 로이터 통신에 "미국 대통령의 방문은 양국 관계가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라며 "오바마 대통령이 미얀마의 민주화에 힘을 실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