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자식 상팔자’ 김수현 작가에게 기대하는 것은

     

    jtbc가 27일부터 30부작 ‘무자식 상팔자’라는 드라마를 방영하기 시작했다.
    제목이 싼 티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대중의 눈높이를 맞추려는 의도로도 보인다.
    하필이면 왜 제목을 저렇게? 라는 의문부호는 일단 찍어두자.

    이 드라마로 jtbc는 한 몫 단단히 챙기려 들고 있다. 김수현 작가에게 지불하는 고료가 회당 1억원이라는 소문도 들린다. 중앙일보를 홍보 도구로 삼아 드라마 띄우기에 여념이 없다. 국내 최초를 들먹이면서 본 방송 공개에 앞서 인터넷으로 무료로 공개했다. 22일부터 26일 사이에 3만2,000 건이 조회했다고 한다.(필자도 이 통계에 하나 보탰다.)

    그렇다면 jtbc는 과연 '무자식 상팔자'로 뜰 수 있을까?
    무자식 상팔자는 3대에 이르는 대가족 구성원 사이에 벌어지는 다양한 계층 간의 인생사를 그리고 있다. 여기에 개입된 새로운 요소는 미혼모가 주인공이라는 부분이다. 주인공 가정의 엄친딸 안소영(엄지원)이 첫 회에서 만삭의 임신부가 된 사실이 들키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안소영은 미혼모인 데다, 아기아빠가 누구인지 아직 드러나지 않았고 그것 때문에 판사직도 내 던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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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기 어렵다>


    김수현 표 드라마의 특징은 등장인물 사이에 치고 받는 현란하고 치열한 말 펀치의 재미이다. 김수현 작가 이전만 하더라도 말 펀치를 주고 받는 수준이 아마추어 냄새가 물씬 풍겼다. 김수현은 등장 인물을 명확히 부각시키면서 갈등을 높이기 위해 목구멍으로 삼켰을 법한 대사도 과감하게 살려 시청자들에게 시원함과 통쾌함, 그리고 때로는 반발도 일으켰다.

    무자식 상팔자에서도 김수현 표 말 펀치는 어김없이 등장했다. 비록 초반이라 탐색전에 머물러서 본격적으로 주고 받지는 않았기에 진짜 말 펀치의 위력은 아직 안 나타났다.

    하지만, 주변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효과가 예전보다 못할 것이다. 그것은 김수현 표 말 펀치의 기술이나 펀치력이 줄어서가 아니다. 뒤를 치고 올라오는 작가들이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 후배들의 드라마 구성이 전체적으로 짜임새나 성숙도 면에서 부족한 점이 느껴지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부분적으로 말 펀치를 주고 받는 재미는 웬만한 작가는 다 구사한다. 

    무자식 상팔자에서 김수현 작가가 예전과 같은 수준의 말 펀치 가지고는 차별화가 어렵다는 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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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고 김수현 정도의 작가가 황당무계하다든지, 지나치게 현실성이 없다든지 하는 무모한 실험성 스토리를 들고 나올 수는 없는 일이다. 젊은 작가들이 걸핏하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써 먹는 기억상실증, 영혼체인지, 알고 보니 남매였더라, 출생의 비밀 뭐 이런 싸구려 기법 말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새로운 장르, 예컨대 로맨스 코미디라든가 국민 모두를 잠시 마취시켜 행복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국민건전 명랑드라마에 손을 댈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이것 빼고 저것 빼면 김수현 표 드라마가 독자들에게 줄 수 있는 감동의 방식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정석대로 깊이 있는 극 전개, 새로운 스타일, 시대 상황에 대한 깊은 통찰에서 우러나오는 인간에 대한 이해 등 내공있는 전개만이 해답이다. 그런데....이게....사람 밑바닥을 보여주는 것인데 그렇게 쉽지 않다.

     

    <무슨 소리, 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에게 긍정적인 요소는 적지 않다. 대본 김수현, 연출 정을영이란 검증된 콤비의 저력은 무시할 수 없다.

    그것보다 더 긍정적인 요소는 이 드라마가 가족드라마라는 점이다. 사실 가족드라마는 제대로 쓰기 쉽지 않다. 10대에서부터 할아버지에 이르는 다양한 등장 인물을 그려내려면 상당한 인생경험과 균형 잡힌 시각이 있지 않으면 어렵다. 가족드라마의 경우 대체로 일정 수준의 시청률을 먹고 들어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더구나 가족드라마는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들을 골고루 끌어당길 수 있어서 역시 시청률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시청자들은 저건 내 이야기네 하고 공감대를 끌어낼 소재가 풍부하다. 사람들은 누구나 가족 사이에서 인생을 엮어가고, 가족 사이에서 사랑을 느끼고 행복이든 불행이든 출발점은 가족이다. 그러니 가족드라마는 일단 먹고 들어가는 소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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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을 바란다>

     

    그러나 김수현 표 드라마 아닌가. 시청률 숫자 놀음은 jtbc에게 떠 맡기자, 작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요즘 나오는 드라마엔 남자가 없다. 아버지는 그림자도 안 보인다. 나오기는 한다. 그런데 존재가 미미하거나, 아니면 여자 주인공을 돋보이기 위한 찌찔이 남자, 혹은 애완견 같은 남자, 혹은 없으면 심심한 소품 정도로 그려대니 차라리 없는 게 낫다고 싶을 정도이다.

    이번엔 김수현 작가, 아버지 역할 한 번 제대로 그려 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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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기대는 그렇지만 빗나갈 것 같다. 주로 남자 공격하면서 시청률 탑을 쌓아온 작가 아닌가 말이다. 이번 드라마에서 가지고 나온 중심 소재도 엄친딸이 돌연 미혼모로 등장? 이라고 출발부터 나쁜 남자 만들었는데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한 가지 더, 회춘하기 바란다. 그것도 좀 더 새롭게 말이다. 예전 스타일 되풀이하는 ‘자기작품 표절’ 그런 거 말고 “나 아직도 이렇게 발전하고 있다”가 보고 싶다. 김수현 작가는 올해 한국 나이로 70이다. 벌써 70?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길, 수명 100세 시대가 왔으니 20년은 더 현역으로 뛰어야 예전 수준이 될 것이다.

     [사진출처 = jtbc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