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청소년 연극상 수상작(1998년) '복서의 마음' 학전 김민기 대표의 번안∙연출늙은 왕년의 세계 복싱 챔피언 ‘붉은 사자’와 고등학교 1학년 ‘셔틀’의 만남과 소통
  • ▲ 극단 학전, 연극 '더 복서(The Boxer)'ⓒ양호상기자
    ▲ 극단 학전, 연극 '더 복서(The Boxer)'ⓒ양호상기자

    연극 '더 복서(The Boxer)'가 지난 16일부터 12월 20일까지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무대에 올려진다. 극단 학전의 김민기 대표가 직접 번안, 연출한 작품이다. 1998년 독일 청소년 연극상 수상작 '복서의 마음(Das Herz eines Boxers)'이 원작이다. 

  • ▲ 연극 '더 복서(The Boxer)' 연출 김민기ⓒ양호상기자
    ▲ 연극 '더 복서(The Boxer)' 연출 김민기ⓒ양호상기자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연출 김민기는 특유의 느리지만 또렷한 말투로 작품을 소개했다.

    "청소년 문제에 청소년만 있는 상황은 없으며, 항상 어른들이 연결돼 있다. 그런 점에서 부모와 청소년이 함께 보면서도 각각의 처지에서 서로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작품이다."

    연극 '더 복서'는 왕년의 복싱 세계챔피언인 69살의'붉은 사자'와 일진의 심부름꾼인고등학교 1학년 문제아 '셔틀'의 만남을 통해 희망과 소통을 이야기한다. '셔틀'은 일진들의 심부름꾼을 지칭하는 요즘 10대들 은어이기도 하다.

    이번에 무대에 올린 '더 복서'는 등장인물은 모두 2명이다. 왕년에 세계챔피언을 지냈으나 지금은 요양원에서 우울증을 앓고 있는 ‘붉은 사자’, 일진의 심부름을 해주며 학교생활을 이어가다가 ‘짱’의 죄를 뒤집어쓰고 사회봉사 명령을 받은 고등학교 1학년 ‘셔틀’. 연극은 요양원에서 만난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다가 우정어린 소통에 이르는 과정, 그리고 마침내 요양원 탈출을 함께 도모하는 모습 등을 웃기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 ▲ 극단 학전, 연극 '더 복서(The Boxer)'ⓒ양호상기자
    ▲ 극단 학전, 연극 '더 복서(The Boxer)'ⓒ양호상기자

    김민기는 "어느 한쪽에서 외롭게 마음의 병을 앓고 있을 우리네 학교밖 10대들의 모습과 우리사회 노인문제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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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단 학전, 연극 '더 복서(The Boxer)'ⓒ양호상기자

    김민기는 번안공연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영ㆍ미권의 경우 공연을 그대로 카피해야 로열티를 더 받기 때문에 번안을 허락하지 않는다"며 "'지하철 1호선'의 유명세 덕에 독일 원작자의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하철 1호선' 역시 김민기가 독일 원작을 번안 연출한 록뮤지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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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단 학전, 연극 '더 복서(The Boxer)'ⓒ양호상기자

    그는 또 "독일 작품을 들여왔지만 국내사정에 맞게 번안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원작에서는 2차대전에 참전했던 권투선수이야기지만 한국으로 무대가 옮겨오면서 해방과 한국 전쟁, 도쿄 올림픽 등의 배경이 깔리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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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단 학전, 연극 '더 복서(The Boxer)'ⓒ양호상기자

    "무대에 올리기만 하면 당연히 적자입니다. 봐야 할 관객인 청소년은 학원 가야 하니까 못 보러 오죠. 그래도 합니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아무도 안 하니까 저라도 해야죠."

    안 되는 줄 알면서 밀어붙이고, 누가 뭐라 하든 꿋꿋한 바위 같은 이들이 있다. '아침이슬' 작곡가이자 극단 학전의 대표인 김민기는 공연계의 바위 중에서도 가장 크고 든든한 존재다. 김민기는 1991년 3월 학전을 창단한 이후 '우리는 친구다' '고추장 떡볶이' 등 꾸준히 청소년극을 해왔다. 다시 청소년극을 올리는 김민기는 "이게 제 팔자"라며 "고통도 제 몫이니 앞으로도 견디며 계속 만들겠다"고 말했다.

  • ▲ 극단 학전, 연극 '더 복서(The Boxer)'ⓒ양호상기자
    ▲ 극단 학전, 연극 '더 복서(The Boxer)'ⓒ양호상기자

    학전의 베테랑 배우 이황의와 배성우가 '붉은사자',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신예 김태완과 신정식이 '셔틀'로 무대에 선다. 음악은 연극'그을린 사랑'에서 화제가 됐던 정재일씨가 맡았다. 김민기는 "독일에서 이미 검증받은 작품"이라는 말로 이 작품의 재미와 질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문의 02 763 8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