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볕 획일주의'로 간 한국 대선정치


  • ▲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미국  정치인이  한국 대선후보들의 대북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세 후보 다 ‘실패한 햇볕정책’을 부활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어느 누구도 제기하지 않는 논점을 미국 정치인이 지적한 것이다.

     세 후보들의  ‘신판 햇볕론’이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기  전에  외국  정치인이 그런 논쟁을  처음으로  제기했다는 사실 자체부터가  창피한 노릇이다.  그 만큼 한국 대선 판에는 논쟁다운 논쟁이 없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한국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어젠다는 뭐니 뭐니 해도 남북문제다.
    한반도에 사는 인류의 한 종족이 사느냐 죽느냐 하는 절실한 문제가 걸려있는 사안인 까닭이다.  이 사안에 대해 이번 대선에 출마한 세 후보 모두가 한결같이 ‘신판 햇볕’을 주장하고 나섰다면  “왜 그것을 비판하고 극복하려는  주장은  없느냐?”  하는 질문이  충분히 나올 법 한 상황이다. 그러나  그런 게 도무지 없다.  비판적 관점이 설령 틀린 것이라 가정해도  논쟁,  특히 대통령 선거 같은  큰 논쟁 판에서는  그런 반론이  나오는 게 정상이고 당연일 것이다.

      세 후보들은  지금 매일같이 이른바 ‘민생행보’라는 걸 한답시고 전국의 장터와 현장을 누비며 악수들을 하느라  영일이 없다. 선거에서 스킨십이  중요하다는 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장터 아줌마들하고  악수나 하는 것으로 대통령 지망자들이  할 일을  때운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문제다.  그러면  정작  중요한 정책문제에 대해서는 대체 언제  흑백을 가릴 셈인가?

     논쟁하라! 
    왜  이미지 정치, 감성정치만 하는가? 
    그걸 전적으로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그걸 하면서도 사이 사이에는  국가 진로에 대한 심각한 논쟁을 하란 말이다. 
    예컨대 자신들의 대북정책이 모두 ‘신종 햇볕’으로 가고 있는 데 대해  토론을 해서 그 시비를  도마 위에서 가려야 할  아닌가?  그런 걸 안 하면  도대체 무얼 보고  찍으라는 것인가?  관상 보고? 

      세 후보가  다  그런 시비를 가리려 하지 않은 채 선거운동을 한다면  그들의 ‘신종 햇볕’에 동의하지 않는  유권자들도 분명히  한 덩치가 있을 터인데 그런 유권자들은 결국 이번 대선에서 자신들의  견해를 선거과정에  투영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는 셈이다.

     대표되지 않은 유권자들이 있다는 것은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한국 정치지형에는 지금  “햇볕 은 실패했다.  오히려 좌파통일전선만 키웠을 뿐이다”라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이 대표되지 않고 있다. ‘햇볕 전체주의, 햇볕 획일주의'인 셈이다.
    이들을 한국정치인이 아닌 미국 정치인이 대변 했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노릇이다.
    지극히 위험한 '한 색깔 정치판'이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 (cafe.daum.net /aestheticisi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