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창중 칼럼세상> 

     국가 중심세력의 책무(責務)

     

  • 정말 통탄할 일이다. 숙명적으로 북한을 머리에 이고 살아가야 할 대한민국.  

    그런데도 5년 간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국가 최고통치권자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서 국가안보 문제에 대한 논의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가안보 문제가 실종된 대선! 이 한심한 현실! 기억하는가? 2009년 5월25일 북한의 핵실험!, 2010년 북한 김정일의 3·26 천안함 폭침!, 11·23 연평도 포격 도발! 도대체 언제 일어났다고, 벌써 까마득히 잊어버린 대한민국의 국민, 정치인, 언론. 

     특히 주류(主流) 언론이라는 대형 신문사·방송의 책임을 크게 물으며 각성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안보를 비롯한 국가적 대형 어젠다를 놓고 경쟁을 유도하는 게 아니라 돈 몇 푼 들여 실시한 여론조사결과들을 대서특필하면서 ‘인기투표’로 몰아가는 황색(黃色) 선정주의! 

     대한민국 언론은 그야말로 3류! 새벽에 일어나 신문을 읽을 때마다 가슴이 꽉꽉 막혀 들어가는 절망감을 느낀다! 

     오늘 조선일보를 보니 또 미디어리서치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어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대서특필됐다. 열흘 전엔 박근혜 41.2%<안철수 49.9%(8.7%포인트 차이)→박근혜 44.7%<안철수 47.4%(2.7%포인트 차이), 그야말로 박빙. 

     열흘 전 박근혜 45.0%<문재인 45.9%→추석 다음날 박근혜 46.4%<문재인 46.1%. 열흘 전 안철수 48.1%<문재인 37.5%→추석 다음날 안철수 47.0%<문재인 43.4%. 이게 과연 제대로 ‘추석 표심(票心)’을 짚어냈다고 자신하는가! 아니면 말고? 

     선거 때마다 나타나는 대한민국 언론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이렇게 여론조사결과를 경마식(競馬式)으로 보도하다가 선거기간 다 허송하고, 나중에 엉뚱한 결과 나오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무책임!

     대선이 2달 보름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았지만, 대선판은 ① 국가안보를 비롯한 ‘정책 경쟁’ ②‘후보 간 검증’으로 일대 전환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가안보와 관련해 과연 국가관이 의심스러운지 아닌지, 대한민국을 이끌어가고 있는 국민, ‘국가 중심세력’은 다그쳐 물어야 한다. 

    보수든 진보든, 좌든 우든 대한민국이 핵을 갖고 무력 도발하는 북한에 의해 결코 먹힐 수 없다는 대전제에 이의가 없다면,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의 국가관과 안보관에 대해 캐물어야 한다. 

     첫째,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 김정은과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 방식에 합의한 김대중·김정일의 6·15 선언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백지화해 ‘서해 평화협력지대’로 만들겠다는 노무현·김정일의 10·4 선언을 존중하겠다는 데 대해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아직도 이런 인식에 변화가 없는지 엄숙히 묻는다. 박근혜의 대북관에 변화가 없다면 굳이 보수우파 세력을 포함한 국가 중심세력이 박근혜를 찍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 이유가! 가급적 빨리 답변해 주기 바란다. 

     문재인은 얼마전 김대중 서거 3주년 행사에서 ‘낮은 단계의 연방제’ 방식으로 남북통일을 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한 바 있다. 국가 중심세력은 이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둘째, 문재인과 안철수가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에 대해 북한의 책임을 전혀 언급하지 않으면서 이명박 정권의 대북강경책 때문이라고 하는데 대해 동의할 수 없다. 

     거듭 지적하지만, 문재인은 연평도 도발이 나온 지 불과 보름만인 2010년 12월6일 부산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이명박 정부가 이를(노무현과 김정일의 10·4 공동선언) 부정하고 폐기하면서 결과적으로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사태가 일어났다”고 MB 정권에 책임을 돌렸다. 

     안철수도 ‘안철수의 생각’에서 천안함 폭침에 대해선 “정부 발표는 기본적으로 믿지만 이견을 무시하는 태도가 사태 악화시켰고…”라고 발뺌 했고, “(MB 정권의) 채찍 위주의 강경책, 기계적 상호주의를 고수한 것은 북한이 곧 무너질 것이라는 붕괴 시나리오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 데 그런 시나리오는 설득력이 없다”고 했다. 

     셋째, 박근혜가 대선에서도 종북세력 문제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고, 문재인·안철수는 그 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건 정말 한심스러운 시국관! 나라의 장래, 정말 큰 일이다. 

     문재인은 “종북세력은 거의 존재하지 않거나 있다고 해도 너무 적은 세력이어서 대한민국에 위협이 되지 않을 정도일 것”이라고 애써 축소했지만, 이석기·김재연이 금배지 달고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 것에 대해선 뭐라고 말할 것인가! 

     문재인은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 안철수도 이에 관해 명확히 입장을 말해야 한다. 

     넷째, 문재인·안철수는 일제히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은 ‘재재협상’해야 하고, 제주해군기지는 백지화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국가 중심세력은 이걸 잊지 말아야 한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 문재인은 “지금이라도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 안철수의 더 기막힌 소리, “북한은 남한이 돈을 주지 않았어도 핵개발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고, 노무현이 “북한의 핵개발은 일리가 있다”고 한 발언을 복창한 바 있다. 

     대한민국 언론은 국가의 명줄을 좌우할 국가안보 문제에 대한 논쟁을 유도하기는커녕 대선후보들이 ‘묘역 참배’하며 ‘미망인’들 만나고 다니고, 재래시장 찾아다니는 장면들만 뒤쫓고 있다. 

     국가 중심세력은 이제부터 대선후보들에게 치열하게 물어야 한다. 그리고 결단해야 한다. 종북이냐 아니냐! 이게 2012년 대한민국을 이끌어가고 있는 국가 중심세력의 책무(責務)다. 책무!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정치 칼럼니스트/전 문화일보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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