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송중기가 '밀크보이'(Milk Boy)에서 늑대소년으로 변신했다.

    26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늑대소년'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송중기는 여전히 부드러운 소년이었다. 하지만 그가 이번 영화에서 맡은 배역은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야생의 ‘늑대소년’이다. 

    내달 31일 개봉하는 이번 영화가 주목을 받는 것은 비단(非但) 송중기의 역할 변신만은 아니다.

  • 조성희 감독, 국제영화제서 먼저 주목받다

    영화 ‘늑대소년’은 국내 개봉 전부터 토론토 국제 영화제, 벤쿠버 국제 영화제, 부산 국제영화제에 잇달아 초청되며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또한 얼마 전에는 국내에 앞서 토론토 현지에서 시사회를 가지기도 했다.

    이에 조성희 감독은 “현지 반응이 생각했던 것보다 좋았다. 많이들 재밌게 봐주시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며 “(시사회 당시) 많이 웃으시고 눈물도 흘리시고 해서 정말 보람됐다”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또 조성희 감독은 지난 2008년 영화 ‘남매의 집’으로 칸국제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3등상을 수상하고, 2010년 ‘짐승의 끝’으로 벤쿠버 국제영화제 용호상 부문,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진출해 실력을 검증 받은 바 있다.

    이번 영화가 그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조 감독은 “처음부터 목적은 상업영화였다”며 “상업영화 데뷔인데 부모님과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성희 감독이 작품성을 인정받는 이유는 같이 고생한 배우들의 증언으로 알 수 있다. 조 감독은 '늑대소년'에 임하면서도 시나리오를 제외하고 배우들의 역할 분석을 위해 A4용지 40장 분량의 보고서를 나눠주며 영화의 몰입을 도왔다.

    유연석, '올드보이'에서 유지태 아역...'건축학개론'서는 미운 강남오빠

    극중 박보영을 짝사랑하는 역할을 맡은 유연석은 그간 조연으로 영화 스크린(Screen)에 얼굴을 드러냈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Old Boy)에서는 유지태의 아역으로 출연했고 최근 화제를 흥행에 성공한 '건축학개론'에서는 사랑의 훼방꾼 역할인 '미운 강남스타일'을 연기했다.

    이번 '늑대소년'에서도 일방적이고 비뚤어진 사랑으로 송중기를 위기에 빠뜨리고 박보영과 송중기의 감성적인 사랑을 방해하는 역할을 맡았다.

    유연석은 "'건축학개론'에서는 수지를 괴롭혔는데 이번에는 보영이를 더 심하게 괴롭힌다. 항상 국민여동생을 괴롭히는 것 같다"며 자신의 캐릭터(Character)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유연석은 악역(惡役) 연기에 대해서 불만을 표했다.

    "작품이 좋으면 악역이라도 출연을 무조건 했다. 하지만 악역에 대한 인상이 자리잡으면서 광고가 들어오지 않아 걱정이다. 같이 건축학개론에서 뜬 배우 조정석은 최근 광고도 많이 하는데 사실 부럽다."

    하지만 그는 배우로서 악역에 대해 거부감은 여전히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악역을 게의치 않을 것이다. 내가  갖고 있는 부드러운 매력과 강한 매력을 다 보여주고 싶은 마음 뿐이다."

    송중기 "연기변신 NO...연기 창조(創造)"

    송중기의 늑대인간을 두고 변신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그의 연기는 변신이 아니라 창조였다.

    늑대소년, 세상과 단절하고 살아온 야생의 인간. 그간 한국영화에서 이런 역할을 소화한 사람이 있었던가? 야생의 꾀죄죄한 모습으로 대사도 거의 없이 눈빛과 몸으로 연기해야하는 늑대인간은 사실 변신의 단계를 넘어선 것이다.

    송중기 자신도 캐릭터의 변신에 대해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사실 그간의 부드러운 이미지가 광고도 더 많이 들어온다. 굳이 이미지(Image)를 바꾸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배우의 이미지는 의도한데로 변화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번 영화에서 송중기의 늑대소년 연기는 창조의 부분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송중기 자신도 따라할 수 있는 롤모델(Role Model)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저는 그간 작품에 출연하기 전 비슷한 캐릭터를 찾아 모방하며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늑대소년 역할은 본보기가 없었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골룸'을 연구하기도 했고 동네에 지나다니던 강아지 모습도 유심히 관찰했다. 동물 관련 다큐멘터리도 많이 봤다."

    역할을 창조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공부다. 앉아서 책으로 하는 공부가 아니라 몸을 움직이면서 하는 공부가 바로 연기공부다. 송중기는 이번 영화에서 비록 단역으로 출연하지만 대학로에서는 연기로 인정받고 있는 선배 연기자 이준혁에게 마임을 배웠다.  

    이준혁은 비록 무명이지만 국내 최고의 마임 실력으로 명성이 자자한 배우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 무대 동작을 가르쳤을 정도.  

  • 두 남자의 사랑 독차지...'욕심쟁이' 박보영

    뛰어난 노래실력으로 영화 '과속스캔들'에서 주목을 받은 박보영은 이번 영화에서도 노래실력을 자랑했다.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영화의 일부 영상을 편집해 상영했다. 박보영이 기타를 직접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 변함없이 아름다운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장면으로 이번 영화가 '감성드라마'라는 조성희 감독의 말에 힘이 실렸다. 

    "'늑대소년'은 영원한 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다룬 작품이다. 세상과 단절된 상황에서 살아온 늑대소년이 소녀를 보고 세상으로 나온다는 내용이다. '국민 여동생' 박보영이라면 관객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판단했고 그를 선택했다."

    한편,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내달 31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