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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석에서 본 이 시각 선거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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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한국정치는 역시 '실수'를 누가 하느냐를 축으로 해서 엎어졌다, 제쳐졌다 하는 모양이다. 1960년대 초에 박정희 후보와 윤보선 후보가 붙었을 때 김사만(金思萬)이란 윤보선 측 인사가 박정희 후보에 대해 '남노당 출신'이라는 식으로 섣부른 '사상공세'를 했다가 오히려 크게 역풍을 자초한 적이 있다. 역대 선거 때마다 이런 사람들이 꼭 하나 씩은 나와서 물살의 방향을 돌려놓곤 했다. 인연 줄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그러더니 이번 선거에서도 새누리당이 그런 '실수'들을 연거푸 하고 있다. "인혁당 판례가 두 개..."라고 한 박근혜 후보의 발언은, 재심이 최종심, 따라서 판례는 오직 한 개뿐이라는 사법적 상식을 깜박한 것이다.
야당과 범좌파에겐 '웬 떡'이 되었다. 이를 '수습' 한답시고 새누리당 대변인과 캠프 대변인이 허겁지겁 소방관 노릇을 했지만, 그 둘의 말이 또 서로 달라 일이 갈수록 더 우습게 돼버렸다. 게다가 박근혜 후보는 밀리고 나서야 "인혁당 유족들이 허락하신다면 만나뵙겠다"고 했다.
정준길이라는 젊은 사람은 또 택시기사의 증언이 나오자 "착각한 것 같다. 택시를 탄 것도 같다"고 횡설수설 했다. 택시 운전기사는 "안철수 나오면 죽는다"고 한 정준길의 말로 보아 그게 '협박'으로 들렸다고 증언했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가? 왜 자꾸만 안 넣을 수도 있었을 자살골들을 넣는가? 새누리당 팀 구성원들이 한국정치의 날줄과 씨줄을 도통 모르기 때문이다. 도무지 감(感)이 없는 것이다. 왜 뭣도 모르고 감이 없는가?
그들 상당수는 공부 잘하고 시험 잘 치러 출세한 사람들이다. 사무직(事務職)에 부려먹으면 일을 썩 잘할 '똑똑이'들이다. 그 대신 역사적 현실에 투신해 고민하고 부딪히고 싸우고 헌신한 사람들은 아니다. 그래서 정치적, 역사적 감이 있을 턱이 없다. 게다가 그들 '똑똑이'들은 각자 모래알처럼 따로따로 살다가 "너 이리 와" 하는 식으로 인형극의 인형들처럼 무대 위로 끌어올려진 사람들이다. 말이 팀이지, 서로 동지적 유대나 횡(橫)적인 손발 맞춤이 있을 리가 없다.
이에 비하면 야당과 범좌파는 어찌 됐건 오랜 동지적 결사체다. 멀게는 60~70년대부터, 덜 멀게는 80년대부터 그들은 사선(死線)을 함께 넘으며 똘똘 뭉친 이념적 한 식구들이다. 생각들은 너무 안으로 안으로 빠져들어 시대착오적인 증세를 드러내고 있지만 어쨌든 그래서 집단적 전투력과 전략전술에선 나름대로 도가 튼 진영이다. 상대방의 약점이나 허점을 순발력 있게 나꿔채 그것을 자신들의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데는 새누리당 '똑똑이'들이 당할 재간이 없을 것이다.
이래서 새누리당은 상대방이 쳐놓은 덫에 지금 잘도 걸려들고 있다. 말려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용어선택, 논리구성, 담론제기, 어젠다 설정, 워 게임(war game), 작전(作戰)에서 꼬투리나 제공하며, 적어도 이 시각 현재의 경기판에선 일단 밀렸다. 그런 연마(練磨), 그런 실전 체험이 없으니...
그라운드의 경기를 보며 관중석에서 관전(觀戰)평을 한 것이다. 유권자들의 속내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지 궁금하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