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獨島문제를 다룰 때 감정과 虛勢(허세)는 금물

    李春根    
     
    아래 글은 2005년 3월 獨島를 둘러싸고 노무현 정부와 일본의 고이즈미 내각이 갈등을 빚고 있을 때 李春根(政博, 당시 자유기업원 부원장)씨가 쓴 글이다. 상당히 예언적인 내용이 들어 있다.
     
     <우리나라 어린이들과 꼭 같이 일본 아이들도 어릴 적부터 독도는 일본 땅이라 배우며 자란다. 우리는 일본의 이러한 태도를 말 도 안 되는 침략 근성의 발로라고 치부하지만 이 문제가 주기적으로 터지는 전략적인 이유는 이미 앞에서도 논한 바처럼 독도 문제를 국제분쟁 이슈로 만들려는 일본의 의도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은 상당 부분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냉전이 종식된 1990년 대 이후 일본은 독도를 국제분쟁중인 섬 중의 하나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1997년 일본이 독도 영유를 주장했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일본사람들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주겠다며 독도 접안시설을 만들고 독도 수비대장에게 직접 전화를 하여 격려하는 등 민족 감정의 측면에서 보면 그럴듯할지 모르나 외교적으로는 도대체 기본이 되지 않은 행동을 취했다. 얼마 후 한국의 F-16 전투기 편대와 한국 해군 함정이 독도주변을 순항하는 사진이 우리 신문과 방송은 물론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 독도라는 섬이 있는지도 몰랐던 세계 시민들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 영토분쟁이 있다는 사실을 믿게 되었다. 이 일이 있은 후 얼마 되지 않아 홍콩의 주간지 Far Eastern Economic Review 가 아시아의 여러 나라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독도 관련 설문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응답자의 60 % 이상이 독도를 일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는데 그 이유는 한국이 문제를 야기하는(provoke) 것처럼 보인다는 것 이었다.
     
      2002년 판에는 독도라고 표시했던 미국 CIA의 World Fact Book 이 2004년 판에서는 독도/타케시마 라는 이름을 병기하고 있다는 사실, 2004년 여름 포르투갈 리스본시에서 열린 유로 2004 축구 경기 대회 당시 리스본 시내 중심가의 광장 바닥에 설치되었던 대형 세계 지도에 독도가 Take Sima 라고 표시 되었던 사실, 그리고 2005년 3월 2일 자 프랑스 4대 방송중 하나라는 아르테 TV가 ‘내막:일본영토’ 라는 프로그램에서 독도를 타케시마라 표시하고 일본 령이라 발표 한 사실 등은 일본의 계획이 세계적으로 인정되기 시작했다는 몇 가지 작은 사례일 뿐이다. 
     
    (중략)

      4. 독도문제의 국제정치학
     
      독도는 말할 것도 없이 한국 땅이다. 왜냐하면 독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우리의 주권이지 일본의 주권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에 자기 땅이었다는 주장, 지도에 보니까 우리 땅이었다는 주장 등은 현실 국제정치학과는 거리가 멀다. 독도는 우리가 장악하고 있기에 우리 땅이며 우리는 독도를 결코 남에게 다시 빼앗기면 안된다. 일본은 냉전 당시 소련의 군함들이 한국과 독도 사이로(독도와 일본 사이가 아니라, 즉 일본에서 보다 먼 곳으로) 지나다니기를 원하는 전략적 소망에서 독도를 자기 땅이라 주장하기도 했지만, 지금 일본이 독도를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앞으로는 총도 쏠 수 있고 국군도 가질 수 있으며(일본의 군대는 현재 국군이라 부를 수 없고 자위대라 부른다) 세계무대에서 정치적 영향을 발휘 할 수 있는, ‘보통국가’ 가 되겠다는 의도를 표현하는 것이다.
     
      일본은 국군이라고도 불리지 못하는 군대를 세계 2-3위권의 막강한 군대로 성장 시키는데 성공 했다. 한국은 솔직히 독도 상공에서 공중전 혹은 폭격 작전을 수행 할 수 있는 수준의 전투기를 아직 한대도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앞바다에서 미군 함정과 합동작전을 펼치는 일본 해상자위대와 비교할 때 초라하기 그지없는 연안해군 수준의 해군력을 가지고 있을 따름이다. 일본은 영국도 가지고 있지 못한 바다의 전자군단 이지스함을 4척이나 보유하고 있으며 그 4척 모두를 동해(그들이 말하는 일본해)에 배치하고 있다. 일본은 작년 10월 하순 세계 20개국의 해군과 참관단을 초청, 동해 바다에서 ‘팀 사무라이’ (Team Samurai) 라는 해군연습을 주도하기도 했다. 한국의 육군이 일본보다 양적으로는 강한지 모르겠으나 독도를 방어하기 위해 육군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독도를 민족 감정만으로는 영원히 우리의 것으로 지킬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독도를 지킬 힘을 갖추는 것이 궁극적인 관건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미래의 문제며 어려운 문제다. 보다 쉽고 현실적인 방법은 일본이 독도 문제를 국제분쟁 이슈화 시킬 수 없는 국제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국제정치란 인간들이 행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권력의 동학(dynamic)이 물리학적 법칙처럼 나타나는 곳이다. 현실주의 국제정치 이론은 한미 동맹이 약화될 경우 중국, 일본이 한국에게 집적거릴 일이 생길 것이라고 정확하게 예측한다. 지금 그런 일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 최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노골화 하는 이유의 근저에는 한미 동맹의 약화, 미일동맹의 강화라는 상황이 깔려 있음을 부정 할 수 없다.
     
      우선 우리의 능력을 증대 시켜야 한다. 허세는 필요 없다. 그리고 국제정치의 상황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이용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능력이 외교와 전략이다. 현재와 같은 국제정치상황을 광정(匡正)하지 않는 한 독도를 지킬 수 없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조갑제닷컴=뉴데일리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