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 강제 구금되었다가 최근 풀려난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씨가 구금당하던 도중에 중국 공안당국으로부터 고문을 받았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김영환씨는 서울대 법대 82학번으로, 1986년 '강철서신'이란 시리즈 유인물을 통해 국내에 주체사상을 본격적으로 전파한 인물이며 '주사파의 대부'로 불렸다.

    김영환씨는 국내에서 북한 노동당에 입당한 뒤 1991년 서해안에서 북한이 보낸 잠수정을 타고 밀입북해 김일성 주석을 만났다. 김영환씨는 1992년 서울대 법대 동기인 하영옥씨와 함께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을 창당했으나, 주체사상에 회의를 느껴 1997년 민혁당을 자진 해체했다.

    그는 1999년에 공식 '전향문'을 썼다. 전향문에서 그는 '운동권 전반에 친북적인 분위기를 확산시켰다. 북한의 대남 전략에 말려들었다.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남한 및 국제사회의 관심이 늦어지도록 했다. 북한 동포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며 앞으로 북한의 인권 실상을 널리 알리고 북한을 민주화하기 위해 모든 힘을 바치고 싶다'고 밝혔다. 김영환씨는 이후 전향문에서 밝힌대로 북한 민주화와 인권 운동의 외길을 걸었다.

    강제구금 전에도 그는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안내·보호하고 북한 내 민주화 운동 세력을 지원했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런 특이한 이력을 가진 김영환씨가 중국에서 풀려나 귀국한 뒤, 강제구금 기간 동안 온갖 반인륜적인 고문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그의 발언에 외교부는 즉각 진상조사에 들어갔고, 대선을 정국을 의식한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선진통일당 3당은 '김영환 등 한국인 4인에 대한 중국정부의 고문 등 가혹행위 의혹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언론은 연일 김영환씨의 고문 주장을 대서특필하고 고문 내용을 부풀리며 정부를 향해 대 중국굴욕외교를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심지어 김영환씨가 ‘통닭구이 고문’이나 ‘비둘기 고문’을 당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김영환씨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통닭구이 고문이나 비둘기 고문은 당하지 않았으며 내가 여러 가지 고문을 당했다는 사실이 전파되는 과정에서 와전된 것"이라고 부인했다.

    그는 또 중국에서 활동 중인 북한 인권 운동가들의 신변 안전에 대해 걱정했다. 자신이 고문당한 사실을 공개한 데 대한 보복으로 중국 공안 당국이 북한 활동가들을 탄압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우리 언론들의 과장된 보도와 사실관계를 망각하고 부풀리는 과대 보도가 중국에서 활동하는 북한인권 운동가들의 입지를 좁히고 제 2의 김영환을 만들까 두려운 것이다.

    북한의 테러 위협에도 실소를 보이면 계속 북한인권운동을 하겠다던 굳은 의지와 강한 심지를 가진 김영환씨도 동지들의 안위와 활동에 제약이 가는 것을 우려한 것이다.

    우리 언론들은 김영환씨의 이런 입장을 고려해 허위 과대보도를 자제해야 한다. 특히 북한이 김영환씨를 `처단 대상자'로 지목한 상황에서 그의 신변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언론에 오르내리는 빈도를 줄여서 그만의 길을 가게 만들어야 한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면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이 조성이 안 되고 모든 것이 외부에 노출되어 테러 위협에 대한 대비가 허술해 질수 있다.

    또한 이번 일을 한중간의 외교문제로 확대 시키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특히 좌파 언론들이 굴욕외교를 운운하는데, 과연 좌파들이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기 바란다. 김영환씨의 북한 인권 운동을 폄하했던 좌파들이 김영환씨가 중국 공안에 체포당하여 고문을 당했다고 이제 와서 정부의 외교력 부재와 굴욕외교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

    북한 인권문제와 탈북자 강제 북송과 김영환씨 체포에 대하여는 조용히 있다가 김영환씨가 고문 당했다는 문제에 대하여 중국에게 굴욕외교를 한다고 외교부를 비난하는 것은 중국과 한국을 이간시켜서 북한을 도와주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

    물론 고문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만약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사과를 받고 재발 방지도 약속 받아야 한다.

    하지만 굴욕외교 등의 발언으로 정부를 공격하고 중국을 자극하는 것은 국익차원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김영환씨 본인은 구타 등의 고문을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조차 이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영환씨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은 전주 삼성병원 심용식 원장은 "안면 MRI 검사 결과 세포 손상의 흔적이 있다. 이는 외부에서 충격을 받아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며 고문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고문흔적인지를 확인하려면 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는 대학병원 등지에서 정밀검사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의학자는 특정 부위에 남아있는 세포 손상의 흔적만을 근거로 구타로 몰아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고문을 받았다는 주장만 가지고 중국이 인권을 탄압했고, 이를 묵인하는 우리 정부가 굴욕외교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 것이다.

    이 문제가 양국의 외교적인 갈등으로 몰고 가면 곤란하다. 득보다는 실이 많다. 따라서 이번일은 외교전문 집단인 외교부에 맡겨야 한다. 양국간에 불협화음이 나지 않고 원만하게 일을 해결하는 것은 외교부가 적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