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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이 제목 그대로 ‘어메이징(Amazing 놀라운)’이라는 형용사를 달고 새롭게 태어났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관객 300만명을 돌파하면서 흥행 1위를 질주하고 있는 것. 하지만 평단과 관객들의 반응은 좋지 않은 편이다. 빈약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스크린을 독점함으로써 벌어진 결과라는 비판이다.
실제로 CGV,롯데,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극장에 가보면 절반 이상의 스크린이 ‘스파이더맨’으로 채워져있다. ‘스파이더 맨’이 싫거나 이미 본 관객은 선택의 폭이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여름 블록버스터의 경우 이렇게 스크린을 장악해도 완성도가 뛰어날 경우 관객들은 별 불만이 없기 마련이다. 심지어 두세번 보는 사람들도 많아진다.
반면 올 여름 첫 블록버스터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전작들과 다를 바 없는 상상력의 한계로 악평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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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파이더맨’과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줄거리는 큰 차이가 없다. 어려서 부모를 잃은 고아 피터 파커가 거미에 물려 초능력을 얻고, 자신을 키워준 삼촌 벤의 죽음을 통해 성숙한 영웅 스파이더맨으로 거듭난다는 이야기.
2002, 2004, 2007년 이미 3번이나 한국을 찾았던 이 거미인간의 이야기가 4번째로 찾아왔다는 소식은 팬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영화를 본 일부 관객은 “스파이더맨의 새로운 버전이라고 요란하게 떠들었지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우리가 익숙했던 스파이더맨에게 그저 몇 가지만을 추가했을 뿐”이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이전 시리즈와 차별화를 위해 피터 파커의 어린 시절을 첨가했다. 피터의 아버지 리처드 파커를 등장시켰고 그의 직업도 미래 스파이더맨의 아버지답게 거미를 연구하는 과학자로 설정했다. 아버지가 거미를 연구했다는 사실이 피터가 스파이더맨이 될 운명이라는 사실을 암시하는 듯한 장면이 전개됐다.
하지만 이 장면을 지켜본 관객들은 “사족에 가깝다”고 혹평했다. 또 한 가지 추가된 부분이 있다면 거미줄 발사기를 제작하는 과정을 집어넣어 손목에서 나오는 거미줄의 비현실성을 보완했다는 것. 이것도 그리 ‘어메이징’한 변화는 아니다.
배급사 소니픽쳐스 신동혁 이사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개봉 11일만에 300만 명의 관객을 모은 데 대해 “이전 시리즈와 다른 배우와 감독이 맡아 관객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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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화는 지난달 30일 기준 전국 1974개 스크린 중 56%인 1,114개관, 지난 1일엔 1,102개관에서 거의 독점적으로 상영됐다.
국내 영화계 관계자들은 한 영화에 스크린의 절반 이상을 몰아주는 건 지나친 특혜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좌석점유율은 전국 41.7%, 서울 50.3%로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상대적으로 볼만한 영화가 없기 때문에 편중된 결과를 빚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상영 중인 다른 영화의 마케팅 담당자는 “다른 영화에 스크린을 좀 더 내줘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보려는 관객층은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말고 다른 영화를 보고 싶다는 한 팬은 “다양한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의 요구와 관객층 수요가 있는데도 극장들이 다른 영화에 스크린을 좀 더 열어주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도대체 좋은 영화들은 다 어디 갔을까? 못 만드는 것일까? 수입을 안하는 것일까? 스크린을 안 열어 주는 것일까? 관객이 외면하는 것일까? 결국 좋은 영화를 보고 싶다는 어려운 질문의 답도 역시 관객에게 달려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