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민사소송 해결해도 20억 손배소 치러야민·형사상 맞불 놓은 양측 "모든 걸 걸었다!"
  • "바쁘신 기자분들이 이렇게 모일 일이 아닌데…. 금액이 큰 것도 아니고, 이렇게 시시콜콜하게 들춰서 더 크게 만들 이유가 없다고 봐요. 어디까지나 돈 정산을 어떻게 하느냐를 논하는 재판입니다. 귀책 사유가 있으면 적당한 선에서 배상을 하면 될 일이죠. 재판과 관계 없는 일을 자꾸 꺼내봐야 배우인 이미숙씨에게도 좋을 일이 없다고 봅니다."

  • ▲ 배우 이미숙   ⓒ 연합뉴스
    ▲ 배우 이미숙 ⓒ 연합뉴스

    배우 이미숙의 전 소속사 더컨텐츠엔터테인먼트(더 컨텐츠)가 이미숙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을 맡은 서울 고등법원 재판부(제16부 민사부)는 28일 오후 열린 공개 재판에서 "현재 피고와 원고 모두, 재판 쟁점과 상관 없는 엉뚱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며 "더 이상 사태를 확대시키지 말고 원만한 합의를 하라"고 권고했다.

    재판부는 "돈 정산 문제 외 다른 사안들은 재판과 전혀 관련이 없다"면서 "시간을 끌 필요도 없이 양측 변호사가 만나 접점을 찾아보라"고 당부했다.

    이날 재판은 당초 증인으로 예고됐던 '연하남 A씨'가 출석하지 않음에 따라, 지난 공판과는 달리 이미숙의 '사생활 문제'는 단 한마디도 거론되지 않았다.

    특히 불필요한 '폭로전'을 자제하라는 재판장의 강력한 주문이 제기되면서 양측 변호사는 배상 책임과 전속계약금 지급 여부에 대해서만 날선 공방을 펼쳤다.

    가장 첨예한 대립각을 보인 쟁점은 더 컨텐츠가 2006년 1월, 전속계약금 5천만원을 이미숙에게 실제로 지급했는지에 대한 여부다.

    일단 더 컨텐츠의 법률대리인은 "당시 이미숙의 사인이 담긴 계약서가 작성됐고 이미숙에게 5천만원이 지급됐다"면서 세무소 신고 사실을 증거로 제시했다.

    반면 이미숙의 법률대리인은 "계약금을 받은 사실조차 없고, 더 컨텐츠가 '계약서'라고 주장하는 종이에 적힌 '사인'이 동일인의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밝히며 전속계약서의 '조작 가능성'을 거론했다.

    "첫째장에 있는 사인과 다음장 사이에 찍힌 간인을 보면 도저히 동일인의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두 개의 사인은 상당한 시간 차이로, 각기 다른 시각에 작성된 것처럼 보입니다. 이에 전속계약서가 작성됐고 돈이 실제로 지급됐는지 밝히기 위해선 원본 서류와 당시 정산 내역을 전면 공개해야 합니다."

    이미숙 측은 "전속계약금을 건넨 사실을 입증할 수 없다면 해지에 따른 위약금도 물을 필요가 없어진다"면서 "상법상, 법인의 거래내역은 최소 10년간 보존해야하므로 장부에 관련 근거가 남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더 컨텐츠 측은 "이제는 본인이 직접 사인한 사실까지 부정하고 있다"면서 "그렇다면 사인 필적감정까지 받아야 하느냐"고 맞섰다.

    다만 '전속계약금 지급 및 정산금 내역이 담긴 서류 일체를 공개하라'는 이미숙 측의 요구에 대해선 "당시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과거 서류를 발췌하는 문제가 쉽지만은 않다"고 밝혔다.

    "고 장자연 사건 때문에 회사가 압수수색을 받고 엉망이 됐습니다. 따라서 당시 근거 자료를 찾기가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상황입니다. 또 이미숙 측이 요구한 부분은 이미 지난 1심 재판과 세무소 자료만으로도 충분히 입증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더 컨텐츠 측은 "예전 회계장부를 일일이 들추고 공개하면 가수금 등 여러 계정들을 하나하나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금융 성질을 자세히 밝히는 것이 거꾸로 이미숙씨 측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계장부를 전부 제출하면 회사 입장에서 공개하고 싶지 않은 부분까지 다 드러나게 됩니다. 이같은 검증은 앞선 재판에서 명백히 밝혀진 사안을 다시 검토해보자는 불필요한 논쟁이 될 수 있습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회사가 압수수색을 받은 사실과, 과거 정산 내역을 제출하는 문제는 별개"라며 "다음 재판에 전속계약서 원본과 거래 내역 장부를 제출하라"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이미숙이 계약 만료를 앞두고 2009년 초부터 독자적으로 활동하며 수익을 얻었다면 전속계약금을 받고 안받고의 문제를 떠나 수익 배분에 대한 양자간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며 양측의 합의를 다시 한번 주문했다.

    이에 대해 이미숙 측은 "더 컨텐츠는 2008년 말부터 이미 회사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이미숙의 독자 활동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미숙 측은 재판부의 권고를 받아들여 다음 공판 전 '조정기일'을 잡아줄 것을 요청했다. 사실상 원고 측과 합의를 해보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8월 30일로 예고한 차기 공판 이전에 비공개로 조정기일을 갖겠다고 밝혔다. 조정기일 날짜는 차후 양측 변호인에게만 전달하기로 했다.

    한편 다음 공판에는 이날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연하남과 더불어 호야스포테인먼트의 유장호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이미숙 측은 유 대표의 증언을 통해 "2008년 말 이미숙이 더 컨텐츠를 나올 당시 사실상 회사로서의 기능이 정지된 상태였다"는 사실을 밝힐 계획. 반대로 더 컨텐츠 측은 "당시 이미숙이 모든 계약서에 소속사 이름을 더 컨텐츠로 명기해 왔다"며 전속계약의 존재 여부를 유 대표를 통해서 입증하겠다는 복안이다.

    ◆ 더 컨텐츠, 이미숙 상대 '추가 손배소' 제기

    이날 재판은 손해배상의 '여부'와 '범위'를 따지는 본래의 초점에 맞춰 진행됐다.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공개 문제 등은 다른 형사 고소건에서 제기하라는 재판부의 주문도 있었지만, 쟁점과 다른 사안이 자꾸 세간의 관심을 끌면서 양측 모두에게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특히 재판이 길어질수록 피차 이로울 것이 없다고 판단한 양측 변호인은 8월 30일로 예정된 공판 전에 별도의 조정기일을 갖고 합의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만일 합의가 성사된다면 손배소 사건 자체가 종결돼 문제의 '연하남'이나 유장호 대표 등도 법정에 출석할 의무가 없어진다.

    그러나 재판 다음날 더 컨텐츠는 서울중앙지법에 배우 이미숙, 송선미와 전 매니저 유장호에 대해 불법행위 등의 혐의로 2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한 셈이다.

    결국 극적 타결 가능성을 내비쳤던 이미숙의 손배소 재판은 더 컨텐츠의 추가 소송 제기로 인해 다시금 '어두운 터널' 속에 빠져들었다.

    이미숙은 앞서 더 컨텐츠의 대표이사 김종승(본명 김성훈)과 더 컨텐츠의 전 법률대리인, 이상호-유상우 기자 등을 상대로 10억원의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미 이미숙을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진행 중인 더 컨텐츠가 또 다시 거액의 민사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미숙에 대한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로 해석된다.

    회사를 존폐 위기에 빠뜨린 장자연 사건에 배우 이미숙이 연루돼 있다고 판단하는 더 컨텐츠는 이번 소송을 통해 '진짜 피해자'가 누구인지를 명백히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더 컨텐츠의 추가 소송 제기로 손배소 항소심은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 이미숙으로선 3억원이 걸린 손배소를 해결한다고 해도 20억원이 청구된 또 하나의 민사 소송을 치러내야 한다.

    과연 이미숙이 이 난관들을 극복하고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