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동건은 김하늘과 ‘유리창 키스’를 할까?
    점점 더 재미를 더해가는 SBS 토일드라마 ‘신사의 품격’(이하 신품)이 대박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지난 일요일 마지막 장면이 화제의 중심에 떠올랐다. 김도진(장동건)과 서이수(김하늘)가 ‘밀당’(밀고당기기)을 거듭하다가, 먼저 김하늘이 백기를 들었다.

  • 일요일(24일)의 마지막 장면은 도진의 마음을 확인한 이수가 ‘유리창 키스’를 시도한 것이다. 이수는 카페 밖에서 카페 안에 앉아있는 도진을 향해 도톰한 입술을 유리창에 갖다 댔다. 도진의 맞 키스를 기대하면서( 위 사진).

    이 장면 덕분일까, 신품 시청률은 일요일 저녁의 지존(至尊) 개그콘서트를 2위로 끌어내리고 대망의 1위 시청률 고지에 올랐다. (신품 20.3% 개콘 18%)

    그렇다면 과연 도진은 키스에 응답할까?
    ‘키스의 과학’이라는 책을 보면 이런 부분이 나온다. ’만약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주인공 레크와 스칼렛이 영화 초반부터 키스를 했다면 관객들은 이 커플에게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 지 그렇게 몰입해서 보지 않았을 것이다. 두 주인공 사이에 정적인 긴장감이 점점 고조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영화를 훨씬 재미있게 만든다….’

    신사의 품격은 총 20부작이다. 이제 10회까지 왔는데, 도진과 이수가 진하게 키스를 한다면, 앞으로 극의 긴장감은 훨씬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밀당'을 할 소재가 하나 사리지는 셈이다. 그 다음엔 어떤 식으로 로맨스를 지속할 것인지 메뉴가 마땅하지 않다. 15세 관람 드라마의 성격상, 유리창 키스를 했으니, ‘맨 입술 키스’를 시도한다는 ‘키스종합상품’으로 발전할 지 모르지만, 두 번째 키스가 얼마나 긴장감을 줄 지 의문이다.

    그러므로 유리창키스를 적극적으로 전개한다면, 다음 메뉴는 그보다 더 진하거나 야하거나 해야 한다. 사실상 누드신이나 베드신 정도인데, 그것이 더 큰 긴장감을 조성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일단 온 국민이 보는 공중파 방송이니 처음부터 농도는 제한됐다. 별로 야하지도 않고, 극중 긴장감을 더하지도 않는 어정쩡한 상태라면 속도감이 떨어져서 집중도는 낮아질 것이다.

    또 하나, 김하늘이 시도한 유리창 키스는 그림이 썩 예쁘지 않다. 도톰하고 붉고 성숙한 여인의 입술이 차갑고 평면적인 창문에 밀착했을 때, 시도는 좋았을지 모르지만, 입체감은 뭉개지고 따스한 온기도 옅어졌다. 키스가 줄 수 있는 많은 질감(質感)이 약화됐다.

  • 이런 상태에서 도진 역시 창문에 입술을 댄다면? 창문을 가운데 두고, 미녀와 미남이 입술을 마주 대는 것이 코미디라면 모를까,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수의 유리창 키스 도전에 도진이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면 이 역시 극의 전개상 바람직하지 않다. 한껏 달아오른 두 사람의 애정관계는 물론이거니와, 일주일을 기다리던 시청자들의 들뜬 마음 역시 속이 빈 뻥과자 처럼 푹 꺼지면서, 기대에 충족하지 못한 정서적 배신감에 휩싸일 것이다.

    결국 시청률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보나, 제대로 된 장면을 만들기 위한 그림의 완성도로 보나, 유리창 키스는 또 다른 2차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한 중간 다리역할에 그치지 않을까.

    도진이 유리창키스에 가볍게 응답하는 것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애절한 눈빛, 유리도 뚫어버릴 것 같이 레이저처럼 강렬한 안광(眼光)을 쏜다든지 하는 정도이다. 아니면 가볍게 스쳐가는 뽀뽀처럼 흉내만 내고 말 것 같다.

    그런데, 서로를 바라보는 장동건과 김하늘의 눈빛이 보통이 아니다. 연기자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스파크가 일어날 것 같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