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당권파 VS. 신당권파 대립 격화…각종 의혹 '봇물'"30% 진행된 투표 복원 불가" 재투표 이어질 듯
  • 통합진보당의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인터넷 투표가 서버 장애로 27일 오전 중단됐다.

    신·구 당권파가 차기 당권을 거머쥐기 위해 거세게 맞붙은 가운데 투표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자, 서버 장애 발생이 고의적인 것은 아닌지 강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27일 오전 0시쯤 투표를 관리하는 서버에 오류가 발생했다. 서버를 관리하는 업체에서 더는 정상적인 운용이 어렵다고 판단해 오전 1시쯤 투표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은 이날 오전 홈페이지에 윤상화 중앙선관위원장 명의로 인터넷 투표 중지 결정의 뜻을 밝혔다.

    "26일 자정부터 인터넷 투표시스템을 운영하는 서버에 문제가 발생해 인터넷 투표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정했다. 오늘 오후부터 각 후보 진영의 인터넷 전문가와 기술업체 등이 함께 인터넷 투표시스템에 대한 상황을 분석, 오류 발생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기로 했다."

    진보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측은 "서버 문제로 투표 자료가 일부 손실됐으나 복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만일 인터넷 투표 결과가 복구되지 못할 경우, 현재 진행중인 대표 경선은 무효로 처리될 공산이 크다.

    ◆ 구당권파 vs. 신당권파 대립…'고의성'에 촉각

    이번 경선에서 통합진보당의 구 당권파인 경기동부연합은 강병기 전 경남부지사를 내세웠고, 신당권파는 강기갑 현 혁신비대위원장을 내세웠다.

    일각에서는 투표 중단 사태가 단순 사고가 아닌, 당권 장악을 둘러싼 특정정파의 '고의적' 행위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제껏 온라인 투표가 진행되는 서버에 이상이 생겨 경선 투표가 중단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지난 25일부로 시작된 당대표 선거 인터넷 투표는 27일 오전까지 약 30%의 투표율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진보당에 따르면 서버 장애로 약 1만7,000명의 투표 데이터가 사라졌다. 오는 30일로 예정됐던 당대표 선거 결과 발표도 미뤄지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투표 중단 사태에 통합진보당 내 '균열' 분위기는 한층 가중되고 있다.

    구당권파인 김미희 의원은 2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당권파의 책임론을 주장했다.

    "혁신비대위는 책임을 지고 총사퇴해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업체와 졸속 계약을 추진함으로써 비극이 생겼다." 

    통합진보당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에는 각종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구당권파인 한 당원은 "당대표 선거에 나선 강기갑 후보가 불리하니 일부러 혁신비대위에서 투표를 일부러 중단시킨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또 신당권파 측에서는 "구당권파와 가까운 서버관리업체가 선거에 영향을 주려고 서버를 다운시킨 것 아니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 당 대표 선출, '재투표'로 이어질까

    인터넷 투표에 사용된 서버업체는 지난 5월 당원 명부 서버가 검찰에 의해 압수된 S업체의 장비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프로그램 관리업체는 이와 다른 A사로 신당권파 측인 혁신비대위가 선정했다. 

    통합진보당은 손실된 정보를 복구하지 못할 경우 지금까지의 투표 결과를 무효로 처리한 뒤 재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해당 서버 업체는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진보당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당 지도부 경선은 ▲ 인터넷 투표 ▲ 현장 투표 ▲ ARS 모바일 투표 등으로 구분지어 실시된다.

    온라인 투표는 25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되고 29일 현장 투표와 30일 ARS 모바일 투표를 합산해 30일 저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앞서 26일 통합진보당은 전국운영위원회에서 구당권파 측이 지난 4/11 총선 비례대표 경선 인터넷 투표 과정을 1,484차례나 열어 봤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2차 진상조사특위 보고서를 채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