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은 ‘걸리버 여행기’에서 한 수 배울 생각은 없는가 
      
    李東馥    
     
      지금 새누리당에서 전개되고 있는 18대 대통령 후보 경선 논란은 아일랜드의 작가 조나탄 스위프트(Jonathan Swift)의 걸작 소설 ‘걸리버 여행기’(Gulliver's Travels)의 한 대목을 연상(聯想)하게 만든다. 4부작(4部作)으로 구성된 이 여행기의 제1부는 그가 탔던 배가 해상(海上)에서 난파(難破)하여 ‘릴리풋’(Lilliput)이라는 이름의 섬나라로 표류(漂流)한 걸리버가 신장(身長)이 6인치에 불과한 소인(小人)들인 이 섬나라 주민들의 포로가 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  이 소인국(小人國)의 주민들인 ‘릴리푸시안’(Lilliputian)들은 그들보다 체구(體軀)가 10배 이상 큰 걸리버를 제압하기 위하여 아직 기절 상태에 있는 걸리버의 몸을 그들이 가지고 있는 밧줄로 겹겹이 묶으려 시도한다. 그러나, 그러한 그들의 노력은 걸리버가 잃었던 정신을 되찾는 순간 물거품이 되고 만다. 걸리버가 몸을 한번 뒤흔들자 그를 여러 겹으로 묶었던 소인국의 밧줄은 힘없이 끊어졌고 걸리버는 자유의 몸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지금 새누리당에서 김문수•이재오•정몽준 등 3명의 ‘비박(非朴)’ 후보들은 선두주자(先頭走者)인 박근혜 후보에 비하면 걸리버 앞의 ‘릴리푸시안’들을 연상시켜 준다. 이들 ‘비박’ 후보들은 그 동안의 지지도로 볼 때 단독으로 40% 대를 마크하는 박근혜 후보에 비해 세 후보의 지지도를 모두 합쳐도 10% 선을 뛰어넘지 못하는 새누리당의 ‘릴리푸시안’들에 불과하다. 지금 이들 새누리당의 ‘릴리푸시안’들은 소위 ‘경선 룰’이라는 밧줄로 박근혜의 몸을 묶어보겠다고 안간힘이다. 그러나, 사실은 새누리당이 ‘경선 룰’을 어떻게 만들어도 그 ‘경선 룰’을 가지고 박근혜의 지지도를 결정적으로 허물어뜨릴 수 있을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걸리버 여행기’에서 걸리버를 묶는데 실패한 ‘릴리푸시안’들은 차선(次善)의 대안(代案)으로 걸리버에게 사정하여 그로 하여금 그들과 전쟁 중에 있던 인접 소인국 ‘블레푸스쿠’(Blefuscu)의 압도적으로 우세(優勢)한 해군함대를 무력화시킴으로써 전쟁을 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종결시키는데 성공하는 드라마를 연출(演出)한다. 그렇다면, 오늘날 새누리당의 ‘비박’ 후보들은 걸리버 여행기에서 취해야 할 교훈(敎訓)은 없는지를 묻고 싶다.
     
     불과 6개월 앞으로 박두한 19대 대통령선거는 그 동안 민주통합당의 당권 경쟁이 역전(逆轉)을 거듭하는 흥행(興行) 끝에 이해찬 체제를 탄생시킴으로써 이제 그 전기(轉機)가 무르익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 같은 시점에서 필자는 새누리당판 ‘릴리푸시안’들인 이른바 ‘비박’ 후보들에게 걸리버의 몸에 상처를 내면서까지 밧줄로 묶겠다는 당초의 의도(意圖)를 포기하고 그 대신 걸리버의 거구(巨軀)를 선용(善用)하여 숙적(宿敵) ‘블레스쿠디안’들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데 성공한 ‘걸리버 여행기’의 ‘릴리푸시안’들로부터 한 수 지혜를 배우는 것은 불가능한 것인가를 묻고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