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온 산하가 푸르름으로 뒤덮혀가고 있습니다.

    6월5일이 망종(亡種)인데요, 대부분의 작물이 이때를 넘겨서 파종을 하면 가을에 결실을 맺을 수 없기에 지혜로운 우리의 선조들은 이맘때를 파종의 마지막 시기로 정해놓았는가 봅니다.

    파종을 마치고 몇일 한숨을 돌리고 나면 농부들은 잡초와의 전쟁을 치르게 되지요.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풍년을 고대하며 잡초를 제거하는 농부들의 손길은 어찌보면 숭고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고령화로 인해 농촌 일손이 달리고 힘겨운 중노동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으로 인해 요즘은 대부분의 농가에서 김매기 대신 제초농약을 살포하여 잡초를 제거하는데, 텃밭이나 집 뜰 같은 곳에는 아직도 손으로 일일이 잡초를 제거하기도 합니다.

    잡초라는 것이 워낙 생명력이 강하고 번식력과 활착력이 뛰어나서 잠시잠간만 방치해 두면 금방 잡초들의 세계로 변해 버립니다.

    필자도 시간이 날 때 마다 주변에 있는 잡초들을 손으로 뽑아내는데 비가 온 후 땅이 젖은 상태로 물렁물렁할 때 뽑으면 아주 잘 뽑히더군요. 싹이 돋아난 지 일주일 내에 뽑으면 손쉽게 쏙쏙 뽑히는데 게으름을 피우다가 시간이 좀 지나서 뽑을려면 잘 뽑히지도 않을 뿐 더러 주변에 있는 꽃이나 작물들도 같이 덩달아 뽑혀져서 여간 난감하지가 않습니다.

    뿌리까지 뽑아야 하는데 뿌리가 왕성하게 땅에 박혀 있으면 중간이 잘려지는데, 이런 상태의 잡초들도 몇일 자고나면 금방 또 자라납니다. 보통의 작물이나 꽃들은 중간이 잘려지면 죽어버리는데 잡초들은 대단한 생명력을 가지고 거기서도 다시 살아납니다.

    그래서 제가 깨달은 하나의 철칙이 있습니다.

    잡초는 그때그때 눈에 발견될 때 마다 즉시즉시 뽑아내야 한다. 조그마할 때 뽑아내야 품도 덜 들고 힘도 덜 든다는 것을 깨우쳤습니다.

    요즘 통진당 비례대표 선정 부정선거로 인해서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북한을 찬양하던 종북주의자들의 정체가 드러나며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잡초와 같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주체사상을 신봉하던 사람들이 전향을 했다는 증거도 없이 대한민국 19대 국회로 입성하게 된 것은 어제 오늘 단기간 내에 일어난 일이 아닐 것입니다.

    마치 잡초 씨앗이 떨어지고 온도와 습기가 맞아 싹을 틔우고 아무런 방해 없이 무럭무럭 자라 튼실하게 땅에 뿌리를 박게 된 것은 단 기간 내에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예전에 반공구호가 횡행하던 때에도 간첩단 사건 같은 것이 있기는 했었지만, 정보수집이나 주요인사 포섭과 같은 정도였었지 이렇게 노골적으로 국회로 입성하는 경우는 없었지요. 아마 이때가 여기저기 씨앗을 뿌려놓은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6.25 때 남한 내에 정착한 자생적인 씨앗도 있을 것이고 북한에서 바람을 타고 내려온 씨앗도 있었겠지요.

    80년대 민주화의 거센 물결 속에 슬며시 숨어들어와 민주화 세력들과 같이 뒤섞여 싹을 틔우고서는 햇볕정책으로 대변되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여년 동안 튼실하게 뿌리를 내렸다고 봐야겠지요.

    실용주의를 주창한 이명박정권 말기에 이미 엄청나게 커버려 국회 입성이라는 수확을 막 거두려는 때에 뽑아내려 하니 좀처럼 뽑히질 않습니다.

    또한 세세하게 들여다 보면 이번 19대 국회에서 통진당 출신의 종북주의자들의 국회 입성이라는 크나큰 수확을 거두게 된 데에는 민주통합당의 역할이 아주 컸습니다.

    봄에 있었던 4.11총선에서 과반을 확보하고 초겨울에 있을 대선에서 정권을 탈환한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야권 단일화가 필수 조건이므로 통진당과의 야권연대를 추진하여 상당한 지역구에서 야권 단일후보를 내세웠고 통진당 몫으로 35개 선거구를 내주었었지요. 자신들이 집권 할 때 중점 사업으로 추진하던 제주해군기지 건설과 한미 FTA 반대 같은 이슈들도 적극적이고 뜨거운 몸짓으로 합창을 해댔으니 그동안 호남인들 중에서도 통진당에 대해서 가졌던 거부감을 일거에 털어내 주는 혁혁한 공로를 세우게 된 것이지요.

    누가 뭐래도 종북주의자들이 19대 국회에 당당하게 입성하게 된 일등 공신은 민주통합당일 것입니다. 지난 10여년 동안 거름을 주고 잘 돌보아 준 것도 모자라 민통당이 정권 탈환이란 것에 목을 매다 보니 악수를 두었는데, 저들은 마치 아무런 책임도 없다는 듯이 한발 비켜서서 구경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역겨움이 몰려옵니다.

    주체사상을 신봉하고 김일성왕조 3대부자세습을 찬양하며 생지옥을 살고 있는 북한인민들의 인권을 외면하고 핵무장을 자위용이라 자위를 하고 생사를 걸고 생지옥을 탈출해온 탈북자들을 변절자 개새끼들이라고 쌍욕을 해대는 사람들은 꽃밭이나 농작물이 자라는 곳에서는 함께 자라면 않되겠지요. 잡초들은 잡초들이 자라는 들판에서나 자라게 해야 할 것입니다.

    잡초는 조그마할 때 눈에 보이는 즉시 뽑아버려야 후환이 없습니다. 잠시잠간 한 눈 팔다가는 뽑기도 힘들뿐 더러 다른 곡식도 같이 뽑아버려야만 하는 크나큰 희생이 뒤따르게 마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