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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의 주홍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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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이나 멍하다가 글 쓸 마음을 다시 잡는다. 그래도, 글 쓰며 살아가는 사람의 책임 아니던가.
손학규, 그가 다시 블로그를 통해 쏟아내기 시작하는 글들. 고개를 돌렸다. 이런 왜곡과 자기합리화도 있을 수 있구나, 차라리 외면하자.
며칠을 생각하다가 그의 글에 대해 통박하는 게 살아있는 사람의 의무라는 인식 쪽으로 다잡았다. 내버려두면 그것도 역사의 진실처럼 전해지니까.
손학규는 ‘성찰적 진보의 길’을 연재한다는 글 속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한나라당 전력이 지금에 와서는 ‘주홍글씨’가 되어 내 발목을 잡을 때가 많았다. 그 주홍글씨가 자주 나를 아프게 만들었다.”인간은 과연 어디까지 정직할 수 있는가? 자문하며 그의 글을 계속 읽었다.
속죄하는 듯 하면서 변명하는 고단수! 완전히 위선 덩어리!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한 조작투성이!김영삼 정권 시절 한나라당에 들어가 국회의원 배지 달고→당 대변인→보건복지부 장관→경기도지사를 거치며 무려 14년 동안 권력의 단맛을 누려온 그. 그를 직접 목격하지 못했던 사람이 그의 글을 읽으면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다. 이 기가 막히는 요설!
그는 자신의 ‘한나라당 체류 기간’에 대해 ‘욕망‘이라는 용어를 동원해 합리화한다. 권력에 대한 욕망 때문에 한나라당에 들어갔기 때문에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욕망을 선악의 이분법으로 재단하여, 욕망을 악의 영역으로만 분류해버린다면 세상에는 마하트마 간디 같은 성인만 존재해야 마땅하다.”
이게 ‘성찰적 진보의 길’을 걷겠다는 사람이 할 말인가? 배운자에 대해 환멸을 느낀다.
누가 권력에 대한 욕망을 갖지 말라고 했는가! 누가 욕망을 악의 영역으로만 분류했는가! 왜 한나라당에서 나왔느냐, 너 변절자 아니냐는 비판이 ‘주홍글씨’ 아닌가?그러나 손학규는 빙빙 돌려 말하며 합리화한다. 그럼, 내가 마하트마 간디냐?
계속된다. “지금 내게는 또 하나의 욕망이 있다. 이제는 제발 그 ‘주홍글씨’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 말이다.” 세상 알기를 아이 주먹만하게 보고, 재주 부리면 세상을 계속 속일 수 있다는 끝없는 욕망의 포로! 이건 손학규가 결코 고칠 수 없다는 결론을 마침내 내려 본다.
역시 판단은 정확한 것 같았다. 손학규가 라디오 인터뷰에 나와 하는 소리, “역대 대통령 중 가장 훌륭하고 닮고 싶은 분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그의 정치적 갓파더 김영삼을 밀쳐버리고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이 DJ란다.
손학규가 YS의 상도동 자택 안에서 어떤 언행을 했는지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정객(政客)들이 수도 없이 지상에서 존재하고 있는데!
“(DJ는) 멀리 보는 비전을 갖고 통일 한국의 미래를 준비한 분으로, 서민을 생각하며 민생정치를 폈다.” 밥벌어 먹느라 DJ 자서전을 쓰는 작가라는 사람이 하는 소리, 손학규는 이미 '자신'을 상실한지 오래됐다.
손학규가 한나라당 대변인 시절, DJ를 향해 날린 독설 중 하나, “김대중 총재는 부도덕하고 위선적이고 구시대적인 정치행태의 표상이다. 행동하는 흑심(黑心)이다. 청산 대상이다.”
DJ를 ‘정신 이상자’로 몰아가며 사실상 ‘빨갱이’라고 낙인, 또 낙인. 그는 그땐 진영논리에 빠졌었기 때문이라고 지금 변명 중이다. 그렇게 DJ 공격을 하는 게 능력인줄 알았다나.
노무현의 봉하마을 묘역에 찾아가 무릎 꿇고 비석 부둥켜안은 손학규, “진심으로 죄송하다.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려했던 노 대통령의 고민을 이해 못한 걸 뉘우친다.” 그런 말했던 손학규, 돌아서자마자 한미FTA 체결 반대하고.
얼마 전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나온 자유선진당 국회의원 박선영. 중국의 탈북자 송환에 반대하기 위해 단식투쟁까지 벌였던 박선영은 배우 차인표가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시위하면서도 바로 5m 옆에 있던 자신을 찾아오지 않은 데 대한 소감을 묻자, “정말 국회의원이, 정치인이 벌레처럼 취급되는구나 절감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손학규는 최소한 그의 언행을 기억하고 있는 숱한 사람들의 살아 생전엔 또 다시 그런 말들을 쏟아내 세상 살 맛을 빼앗아 가지 말았으면 한다. 부질없는 기대일 것이지만.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정치평론가 /전 문화일보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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