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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청년 알리 메스가란(35)은 두달 전 테헤란에서 샌드위치 가게를 열었다.
핵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서방권과의 전운이 고조되면서 많은 이란인들이 쌀과 고기 등의 생필품 사재기에 열중할 때였다.
당시 서방권의 신규 제재로 이란 통화인 리알화는 반토막났다. 은행과 환전소에는 리알화를 안전자산인 금과 외국 화폐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연일 장사진을 쳤다.
그런 상황에서 가게를 여는 모험을 감행한데 대해 메스가란은 "이곳에서는 항상 있는 일"이라며 "성공하고 싶다면 그 정도는 무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달전 재개된 서방권과의 핵협상이 예상을 깨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면서 현지에서는 이제 전쟁 위기감이 조심스런 낙관론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리알화의 가치도 다시 올라가는 등 상황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자 메스가란은 최근 종업원을 추가로 고용했다.
그렇다고 메스가란이 한껏 희망에 부푼 것은 아니다.
언제든 상황이 다시 악화될지 모른다는 학습효과 때문이다. 핵 개발을 둘러싼 이란과 서방권의 긴장과 마찰은 10년째 롤러코스터처럼 반복되고 있다.
메스가란은 "회담이 잘 되기를 바라지만 나는 협상에서 아무런 영향력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냥 열심히 사는 것 뿐"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메스가란을 예로 들면서 그를 포함한 이란의 젊은 세대는 삶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나쁜 상황을 최대한 유리하게 활용하자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7천400만명의 이란 인구 가운데 70%가 35세 이하의 젊은층이다.
1979년 이란 혁명 이후에 태어난 이들은 스스로를 `불타버린 세대'(burned generation)라 부른다. 자연스런 삶의 발전을 철저하게 봉쇄당한데 대한 자조적인 표현이다.
이란에서 이들보다 더 외적인 요인에 의해 자신들의 삶을 규정당한 세대는 없었다.
부모들은 어쨋거나 직업을 갖고 결혼도 하면서 정상적인 가정을 꾸릴 수 있었지만 이들 세대의 열망은 핵무기에 대한 정권의 집착과 그에 대한 서방권의 압박에 항상 발목이 잡혔다.
이들의 처지는 2005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권력을 잡으면서 더욱 악화됐다.
집권 이후 아마디네자드가 핵에 대한 야욕을 노골화하자 서방권의 압박은 더욱 심해졌고 이는 성인의 문턱에 접어들기 시작한 이들 세대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었다.
이들에게는 개인의 인생은 오간데 없고 모든 생활의 중심을 정치가 차지하고 있다.
사실 젊은 세대의 관심은 핵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부정부패와 고물가, 20%를 웃도는 청년실업, 높은 이혼율, 마약 문제, 경제적 불평등 등도 이란이 풀어야 할 과제다.
하지만 이 모든 문제는 정치에 가려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지 못하고 마땅한 해결책도 없는게 현실이다.
보복을 우려해 성(姓)을 밝히기를 거부한 사마네(27.여)는 "최신 영화든 여행이든, 아니면 우리의 미래에 관한 것이든 친구들과의 모든 대화는 결국 정치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부모와 함께 산다는 그는 "우리들의 삶은 전적으로 정치권력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의 선택권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