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에 폭우를 몰아다 줄 먹구름>

    싹수가 노~랗다. 새누리당 대선 후보경쟁. 시작하자마자 초장부터 진흙탕 난투극에 빠지는 걸 보면. 5년 전 이명박을 대선 후보로 만들기 위해 친이계와, 당시 친박계에서 친이계로 전향했던 당대표 강재섭이 합작해 만든 경선 룰을 또 친이계 대선 후보들이 한 입처럼 완전 국민경선제로 고치자고 벌떼처럼 들고 나오고. 박근혜는 철옹성처럼 거부하는 나날들.

    친이계 대선 후보 출마자들이 완전 국민경선제로 고쳐야 한다고 말하는 TV화면을 보면?
    원수를 향한 분노의 표정들. 김정일의 천안함-연평도 도발 때도 보이지 않던 표독함!

    친박계의 분노도 폭발, 비상대책위원 이상돈은 “지지율 1~2%, 심지어 그것도 안 되는 분들이 저마다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 경선에 나가겟다는 것은 국민들이 보기에 우습지 않겠느냐”며 친이계 ‘마이너 리거’들의 자존심을 들쑤셔댔다.
    말인 즉 옳은 소리! 1~2%는커녕 여론조사에서 아예 잡히지도 않아 여론조사원들 고생시키는 인물들까지 무슨 대권 도전한다고?

    8명의 친이계 ‘마이너 리거’들은 왜 박근혜가 꿈쩍도 하지 않을 걸 뻔히 알면서도 경선 룰을 고치자고 할까? 밑바다 박박 기는 지지도를 갖고 설령 완전 국민경선제로 바꾼다해서 박근혜를 깰 가능성도 없어 보이는데, 왜? 요행을 바래서?

    그럴 리가 있겠는가. 박근혜를 놓고 친이계 ‘마이너 리거’들이 뭔가 ‘딴 의도’가 있지 않는가 하는 의심이 든다. 딴 의도? 박근혜를 겨냥해 이른바 ‘집단 린치’를 가다하보면 ‘친이계 공동 울타리’가 만들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또 다른 ‘모색’을 할 수 있다는 일종의 잡념(雜念) 같은 불순한 꿈?

    지금 새누리당 경선, 벌써 15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199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의 초반전을 어쩌면 그렇게 똑같이 복사하면서 출발하고 있는지!
    경선전이 시작되기 전 모든 여론조사에서 이회창과 박찬종이 1위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였고, 이인제 이한동
    이홍구 이수성이 비교가 안될 정도로 한참 멀리 떨어져서 뒤 따르고 있었다. 9룡(龍)-한나라당 경선에 많은 사람이 참여하니 흥미진진하게 진행돼 대권 도전 4수에 도전하는 김대중을 땅 짚고 꺾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경선전이 본격화하면서 이런 기대는 순간 깨지기 시작한다. 먼저 이회창이 노련한 전략가 허주 김윤환의 세(勢) 몰이에 힘입어 압도적 지지로 치고 나가자마자 박찬종이 불공정 경선이라고 시비를 걸며 저항.
    다른 후보들도 이회창을 집중 겨냥해 줄세우기 하지 말라고 엄청난 공세를 시작한다.

    불공정하다는 것. 그런데 국민은 식상해졌는지, 박찬종은 불공정을 말 할수록 지지도가 곤두박질! 뒤집을 세가 없는 역부족! 급기야 박찬종은 경선 불참을 선언해 버린다.

    그래도 경선은 계속, 대선후보들은 16개 시-도를 일일이 돌며 합동유세를 이어 간다. 후보 모두가 경선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합동유세 때마다 선언하고, 또 선언하고.

    당시 경선과리위원장은 이만섭(전 국회의장), 그는 합동유세가 시작되기 전 인사말을 할 때마다 기염을 토하는 연설을 한다. 경선 불복은 결코 있어선 안된다! 얼굴에 핏줄 세우며 침 튀기는 특유의 표정으로.하지만 대선후보 경쟁자들은 갈수록 감정적으로 격돌! 아예 원수지간! 경선 결과는 이회창의 승리와 이인제의 2위 부상. 그러나 이회창이 아들의 군복무 문제로 지지도가 추락하자 이인제는 후보 교체론을 주장하다가 전격 탈당. 이 때 동반 탈당한 인물이 바로 합동유세때마다 그토록 경선 ‘승복’을 고래고래 외쳤던 이만섭! 질린다.

    나머지 경선 주자들도 이회창과는 완전 결별! 더러운 경선이 낳은 후유증!
    IMF까지 닥쳐와 서로 힘을 합쳐도 DJ를 꺾기 어려운 판에 탈락한 경선 주자들은 이회창 욕하고 다니느라 분주! 한참 대선전이 뜨거운 상황에서도 경선에 참여했던 후보들은 캠프 참모들 데리고 골프 치러가고. 끼리끼리 모여 고스톱. 이회창, 대통령 자알~되나 봐라.

    급기야 박찬종은 대선 막판에 이회창 반대 선언을 하고 이인제 지지선언. 이인제는 500만표를 얻었지만 DJ에게 정권을 헌납한 꼴이 됐다. 나중에 DJ당에 입당하고.

    DJ로 정권이 넘어가자 한나라당 경선에 나섰던 이수성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 부의장으로 기용됐고, 이홍구는 주미대사로 갔다. 이한동은 탈당해 자민련으로 날아가 DJP 정권에서 국무총리하고.

    이게 대한민국 민주주의 수준이다. 경선만하면 원수가 돼 분열되고 딴 살림 차리는 풍토. 15년 전과는 달라졌다? 새누리당에 경선 후유증의 폭우(暴雨)를 예고하는 먹구름이 서서이 끼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정치평론가. 전 문화일보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