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식 앞두고 A4용지로 문 당선자 이름과 사진 가려"정쟁으로 돌아가면, 시민들 바람에 눈과 귀 막은 것"
  • ▲ 새누리당의 부산시당 선대위 현황판에 사하갑 지역에 문대성 당선자의 사진과 얼굴이 A4용지로 가려져 있다. ⓒ 뉴데일리
    ▲ 새누리당의 부산시당 선대위 현황판에 사하갑 지역에 문대성 당선자의 사진과 얼굴이 A4용지로 가려져 있다. ⓒ 뉴데일리

    [부산=최유경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27일 부산 방문에 발맞춰 부산시당이 문대성 '감추기'에 들어갔다.

    문 당선자는 이번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사하갑에 출마해 당선됐으나 '논문표절' 의혹이 확산되면서 쫓겨나듯 탈당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전 부산 총선공약실천본부 출범식 참석차 부산 경남지역을 찾았다. 출범식이 열린 부산시당 4층 한켠에는 19대 총선 부산시당 선대위 현황판이 위치했다. 총 18개 부산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자의 사진과 이름이 빼곡히 자리해 있었다.

    특히 당선자들의 사진 옆에는 '무궁화꽃'이 자랑스럽게 붙어 있었다. 문제는 문 당선자가 탈당한 '사하갑' 지역. 현황판에는 문 당선자의 사진과 이름이 나란히 걸려 있었고, 무궁화꽃은 이미 누군가 뗀 상태였다.

    부산시당 관계자는 출범식을 20여분 앞두고 황급히 A4용지로 문 당선자의 얼굴을 가렸다. 부산 선거의 승리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고, 총선에서 내건 약속은 꼭 지킨다는 결의를 다지기 위해 마련된 자리인데 불미스러운 일로 탈당한 당선자가 드러나는 것은 자칫 판을 깨는 모양새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이제 우리에게 남은 일은 선거기간 동안 약속한 것을 철저하게 실천해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에게 부산 발전과 주민들의 삶이란 무거운 책임을 맡기신 만큼 잠시라도 다른 곳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다"고도 했다.

    "또 다시 정쟁과 갈등의 과거로 돌아간다면 부산 시민들의 바람에 귀를 막고 있는 것이 될 것이고 정치인의 존재 이유를 민생이 아닌, 본인의 정치적 기회만을 생각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틀 전 충청권 방문에서 지도부 내정설 등 갖가지 루머가 나도는데 대한 불쾌감을 가감없이 내뱉은 것에 비하면 '차분한' 발언이었다. 당시 박 위원장은 "당내에서 혼란과 분열이 가중되는 것은 국민들께 걱정과 불안을 안겨드릴 것"이라며 "구태한 모습을 보이면 당은 자멸할 것"이라고 했었다.

    박 위원장의 '경고'에 내정설이 나돌던 친박계 서병수 의원은 원내대표 출마를 포기했고, 최경환 의원도 당직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친박계가 빠르게 수습되는 것과는 달리, 당내 대선 경쟁자들인 비박계(김문수 이재오 정몽준)는 '박근혜 사당화'를 주장하며 공세 고삐를 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