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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내 분란에 대해 강력히 경고했지만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대권 경선룰 변경을 요구하고 있는 비박(非朴)계 대권주자들의 비판과 더불어 권력을 향한 친박(親朴)계 내부 갈등까지 수면위로 떠올랐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인천·경기 지역 민생 투어를 취소한 채 ‘내부 단속’에 나섰다. 전일 ‘자멸의 길’ ‘온통 정쟁’ 등 엄중한 경고 이후 당 내부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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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이번에 약속드린대로 잘 하지 않으면 자멸의 길을 갈 것"이라며 강력 경고했다. ⓒ 연합뉴스
친박 내부의 권력투쟁은 표면적으로는 가라앉았지만 대선 레이스가 8개월여 남은 만큼 언제든지 다시 내홍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박 위원장의 경고에 이른바 ‘지도부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서병수 의원이 원내대표 후보 출마를 포기하고, 최경환 의원도 사무총장에 나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출마의사를 밝히기도 전에 불출마 선언이 나온 ‘촌극’이 벌어진 셈이다.
친박계는 전일 박 위원장의 경고가 자신들을 향해 있다고 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이번에 약속드린 대로 잘 하지 않으면 자멸의 길을 갈 것”이라며 “총선이 끝난 지 불과 며칠이 됐다고 사실이 아닌 왜곡된 얘기를 지어 당 안에 떠돌아 다니게 하느냐”고 비판했었다.
이른바 ‘지도부 내정설’이 친박 내부 권력투쟁으로 비춰지면서 박근혜 사당화(私黨化) 논란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박계가 중심이 돼 당과 국회 지도부를 구성한다는 이 리스트에 따르면 황우여 원내대표가 당 대표가 되고, 친박계인 유정복 이혜훈 의원, 정우택 당선자 등이 최고위원이 된다. 또 같은 친박계인 서병수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고, 강창희 당선자가 국회의장이 된다는 시나리오다.
비박계 대선 경선 후보들은 박 위원장의 ‘경고’ 이후 오히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몽준 전 대표는 “모든 것을 박 위원장 한 명에게 의존하는 정당은 국민이 바라는 정당이 아니다. 이런 소문이 도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김문수 경기지사도 “(박 위원장은)베일에 가려져 신비주의 방식이며 최측근조차 소통이 안 된다고 한다. 지금 새누리당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가느냐, 적막한 사당으로 가느냐를 선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핵심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친박계 내부 권력 다툼은 빠르게 가라앉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소 친박 내부에서 갈등이 확산되는 것은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친박이 교통정리가 확실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대선에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 위원장이 비박계에게 쓴소리를 했지만 오히려 더 빌미만 제공할 수 있다. 갈등의 근본적인 문제인 경선룰 변경 등이 논의되지 않는다면 갈등만 더욱 증폭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