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눈길 의식…`미사일 아닌 위성' 강조 의도
  • 북한이 13일 오전 발사한 장거리 로켓 `광명성 3호 위성'이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고 시인했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광명성 1·2호' 발사 당시의 모습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북한은 과거 `광명성' 1·2호를 발사 당시에는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는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일치된 평가에도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며 실패를 단호히 부인했다.

    지난 1998년 8월31일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발사장에서 발사된 `광명성 1호'는 일본 상공을 넘어 1천550㎞를 비행하고서 낮 12시12분께 태평양에 떨어졌으나 북한은 나흘 뒤인 9월4일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광명성 1호가 지구를 돌면서 노래와 신호를 전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9년 4월5일 무수단리에서 쏘아올린 `광명성 2호'의 경우 1단계 추진체는 동해에, 2단계 추진체는 발사장에서 3천100㎞ 떨어진 태평양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으나 북한은 발사 후 4시간여 만에 발사사실을 확인하면서 "광명성 2호가 지구 주변궤도를 돌고 있다"고 우겼다.

    이런 전례와 달리 북한은 이날 `광명성 3호'의 궤도 진입 실패를 발사 후 4시간 20여분 만에 시인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낮 12시3분 국영문 기사를 통해 "조선에서의 첫 실용위성 광명성 3호 발사가 13일 오전 7시38분 55초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진행됐다"며 "지구관측위성의 궤도 진입은 성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과학자, 기술자, 전문가들이 현재 실패의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고 간략히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에 이어 조선중앙TV,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 등 다른 매체들도 긴급보도 형식으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내용을 잇따라 전했다.

    북한이 이처럼 `광명성 3호'의 궤도 진입 실패를 신속히(?) 시인한 것은 외국의 전문가와 취재진을 불러놓은 가운데 첨단위성을 동원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촘촘한 감시의 눈길을 무시한 채 과거처럼 `성공했다'고 우길 경우 웃음거리만 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고 일찍 시인함으로써 `광명성 3호'가 장거리 미사일이 아닌 실용과학위성이라는 자신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해보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발사 실패를 북한이 시인한 모습에서 김정은의 통치스타일을 엿볼수 있다"며 "외신과 전문가를 초청해 놓고 성공했다고 주장해서 웃음거리가 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하고 실패를 시인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고 교수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나 압력을 피해보려는 의도도 담고 있는 것 같다"며 "북한은 미사일이 아닌 위성을 발사했고 실패했다는 것도 이례적으로 밝힘으로써 유엔 결의나 북미합의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