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전투기 조종사, 골수 기증 통해 생명 나눔 동참 공군 “철저한 건강관리 필요한데도 ‘노블리스 오블리주’ 실천”
  • ‘골수를 기증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경력관리에 필수인 ‘비행’까지 미룬 공군 전투기 조종사가 있다.

    공군은 “지난 27일 제1전투비행단(이하 1전비)에서 전투기 조종사로 근무 중인 이명우 소령(공사 46기)이 생면부지의 백혈병 환자에게 골수를 기증했다”고 전했다.

  • 공군에 따르면 이 소령은 공사 생도시절이던 1996년, 성덕 바우만 씨의 사연을 접한 뒤 어려운 사람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조혈모세포협회에 골수 기증을 신청했다. 이후 이 소령은 1998년 공사를 졸업하고 전투기 조종사가 됐다. 현재는 전투기 비행 편대를 이끌고 있다.

    2011년 말, 이 소령은 조혈모세포협회로부터 골수 기증 의뢰를 받았다. 14년 만이었다. 일반적인 전투기 조종사라면 골수 기증에 선뜻 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비행은 경력관리에 필수인데 골수 기증을 하면 ‘공백’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이 소령은 ‘골수 기증 역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군인의 임무’라고 생각하고선 군의관과 상의 후 기증을 결심했다고 한다. 현역 전투기 조종사가 골수 기증을 한 건 처음이라고.

    이 소령은 “협회로부터 전화를 받자마자 기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전투 조종사라서 쉽게 기증한다고 답변을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과 주위 분들의 적극적인 격려 덕에 조혈모 세포를 기증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제1전비 항공의무대대장 최규완 소령(공사 48기)는 “향후 조종사의 건강 상태와 비행임무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앞으로 부대원들의 사회공헌 인식을 높이기 위해 헌혈과 조혈모 세포 기증에 대한 지원 활동을 지속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소령이 속해 있는 제1전비의 ‘분위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제1전비 항공의무대는 부대원 중 100여 명의 지원자를 모아 급성 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수혈 지원을 하고 있고, ‘사랑의 헌혈’ 운동도 함께 펼치고 있다. 제1전비에서는 올해만 400여 명의 장병이 헌혈을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