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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옥 씨의 증언이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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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가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당을 주도하는 사람 중에 그런(친북좌파)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다" 민주통합당을 두고 한광옥 씨가 한 말이다. 외부 아닌 내부(한광옥 씨는 불과 며칠 전까지는 내부인이었다)에서 이런 증언이 나온 것은 별로 흔치 않은 일이다. 함께 섞여 정치를 하면서 아마 그런 정황을 지근거리에서 목격했던 모양이다.
문제는 NL이다. 1980년대 학생운동 출신과 그 동조자, 변호자들은 이제 나이 50줄에 있다. 세상도 많이 달라지고 그들의 생각도 적잖이 바뀌었다고는 하나, 대한민국이 ‘좌파적 민족주의’ 기준에서 볼 때는 영 아니라고 하는 그들의 인식 틀, 대한민국의 보수는 정당한 경쟁상대방이 아니라 역사의 무대로부터 쫓아내야 할 수구, 냉전, 반통일 세력이라고 보는 그들의 평가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징후가 여러 경우에 쉽게 감지되곤 했다.
이 세대는 오늘날 공공부문, 정치, 사회 각계각층, 문화, 미디어, 교육, 학술, 법조에 광범위하게 진출해 있다. 이들은 “나는 주사파, 종북파는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우리 현대사에 대한 인식, 대한민국 건국에 대한 평가, 북한에 대한 인식, 한미동맹에 대한 인식, 세계화에 대한 인식 등에 있어서는 다분히 수정주의적인 역사관에 잠겨 있다. 그들이 만약 서구 좌파 같은 ‘애국좌파’ ‘반(反)전체주의적 좌파’라면 아무런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그렇지 않고 한광옥 씨의 증언대로라면 엄청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이제 정권을 잡아도 보았고 금년에 또 잡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이미 “우리가 잡으면 두고 보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한미 FTA와 제주해군기지를 날리는 정도는 약과일 것이다. 그쪽 진영에서 나온 한 책자는 ‘2013년 체제’라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수구동맹’을 타파하고 남북연합을 “돌이킬 수 없게” 만들어놓자는 제언이다. 체제변혁의 프로그램인 셈이다. 말이 ‘수구동맹’ 타파이지 그건 8. 15 건국 이래의 대한민국적 가치 자체와 그 수호세력, 그리고 그것에 기초해 있는 체제의 얼개를 NL적으로 타파하고 변혁하자는 말로 통하는 것이다.
2012년 총선 대선은 그래서 대한민국적 가치의 보전이냐, 아니면 한광옥 씨가 말한 세력에 의한 그 타파의 길이냐가 걸린 결정적인 한 판 승부라는 점이 보다 명료해지고 있다. 한광옥 씨 발언을 그냥 지나칠 게 아니라 그것을 철저하게 파고들고 집요하게 논점화 해야 할 이유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그러지 않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박세일 씨의 표현을 빌린다면 ‘짝퉁 진보’니까.
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