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다 신스케 "탈북 문제, 이웃나라 일본이 외면해선 안돼" 가수 이은미 초청 '탈북자 콘서트' 기획..알고보니 '친한파'
  •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귀중한 생명입니다."

    북송(北送) 위기에 직면한 탈북자들을 지키기 위해 릴레이 단식농성이 벌어지고 있는 서울 종로구 효자동 옥인교회 앞, 낯선 외국인이 등장했다.

    일본인 와다 신스케(50). 그는 관광 목적이 아니라 '단식'을 하기 위해 대한해협을 건너 이곳 한국 땅을 밟았다.

    다른 나라도 아닌 일본인이, 왜 탈북자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을까?

    ■ "일제 시대가 없었으면 '분단'도 없었을 겁니다"

    지난 14일 옥인교회 앞에서 와다씨를 만났다. 김석원 평양시민회 회장이 "지난 13일 밤부터 단식을 시작한 일본인이 있다"며 소개를 시켜줬다.

    단식자들이 모인 텐트 안에서 처음 만난 그는 정갈하게 빗어넘긴 머리에 알이 작은 안경을 쓰고 있었다.

    전형적인 일본인 스타일이다.  

    '이 사람이 과연 탈북자 문제를 제대로 인식이나 하고 있을까?'

    '선한 사람' 같았지만, 뭔가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서툰 한국어 실력을 감안, 미리 단식을 하게 된 이유와 배경에 대해 문서로 정리해 뒀을만큼 준비가 철저했다. 아무래도 단단히 각오를 하고 나온 모양이다.

    그가 건넨 종이에는 깨알 같은 글씨가 촘촘히 적혀 있었다. 무슨 할 말이 이렇게도 많을까?

    일단 읽어내려갔다.

    와다 신스케의 메시지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박사과정에 다니고 있는 와다 신스케입니다. 탈북자의 성공적인 정착과 평화통일을 바라는 탈북자 8명과 본인이 함께 ‘꿈 연대’라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반중도 반북도 아닙니다. 누군가를 적대시한다는 것이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식에 참가하는 첫 번째 이유는 한반도 평화에 대해서 일본인이 기여해야한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입니다. 일제 시대가 없었으면 분단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책임을 느끼기에 일본인들이 한반도의 평화에 공헌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한국에서 북한학을 공부하면서 제가 만난 탈북자 친구들이 좋은 사람인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탈북자들은 현재 한국에서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도 외국인으로 그들과 통하는 부분이 있기에 탈북자들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탈북자들과 한국인들이 진정한 교류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단식을 통하여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탈북자들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해하려는 노력이 생기기를 바랐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힘은 사랑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관심과 애정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한다고 생각합니다.          

  • ▲ 와다 신스케.
    ▲ 와다 신스케.

    와다씨는 남북한 분단의 책임이 일본에게 있기에 '탈북 문제' 역시 일본과 전혀 무관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또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들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선 이들에 대한 논의와 관심이 확대돼야 한다는 신념도 갖고 있었다.

    의외였다. 일본 사람 중에도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니….

    궁금하다. 이 사람.. 대체 정체가 뭘까.

    ■ 다음은 '와다 신스케'와의 일문일답

    윤희성 뉴데일리 기자(이하<윤>) 안녕하세요. 인터뷰 좀 할 수 있나요?

    와다 신스케(이하<와다>) 예, 알겠습니다.

    <윤> 한국에 온지는 얼마나 됐나요?

    <와다> 10년 전 한국어 공부를 하기 위해서 선문대학교에 들어왔습니다. 당시 2002년 월드컵을 한국에서 봤습니다. 그리고 2009년 동국대학교에서 북한학을 전공하기 위해 대학원에 입학했습니다.

    <윤> 실례지만 현재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와다> 62년생, 올해 50살이 됐습니다.

    <윤> 일본에서는 뭘 하셨나요? 

    <와다> 일본 나라현에서 태어나서 교토 대학교 삼림학과를 졸업했습니다. 교토대에 진학한 이유는 미식축구선수가 하고 싶어서였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아사히맥주 실버스타스’에서 선수생활을 했습니다. 은퇴를 하고는 컨설턴트 일을 했습니다.

    <윤> 과거에 미식축구선수였다는 거군요. 멋진데요.

    <와다> 이건 여담인데 저는 지난해 2월까지 1년간 한국미식축구대표팀 코치를 했습니다.

    <윤> 대한미식축구협회 공식 코치였다는 말인가요?

    <와다> 예. 2010년 재일교포 3세 김용수가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미리 한국에 와 있던 저에게 코치직을 제안하더라고요. 제가 북한학을 공부하러 2009년에 입국했으니 한국어가 조금 됐었죠. 감독인 김용수는 한국어를 전혀 못했고 코치진들은 대부분 한국분들로 꾸려져 있던 상태라 통역도 도와줄 겸 코치직을 받아들였죠.

    <윤> 그럼 결국 스포츠맨이시군요.

    <와다> 그렇죠. 하지만 일본은 엘리트 스포츠를 하지 않기에 선수생활이 끝난 뒤에 다른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던 와중 북한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죠.

    <윤> 북한, 특히 탈북자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결정적 계기는 뭔가요?

    <와다> 저는 북한 뿐만 아니라 한반도 자체에 관심이 아주 많습니다. 일본에서는 사람들이 북한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다른 나라라고 생각할 정도로 개념이 없어요. 일본 사람들이 북조선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김일성, 김정일, 기쁨조, 핵무기 등 극히 일부분에 불과해요. 하지만 저는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친구들이 많습니다. 또 제 친할머니가 한국인이 아닌가 생각되는 부분도 있어서 평소 한국과 북조선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었죠.

    <윤> 결국 여러가지 이유가 자연스럽게 섞여 한국과 북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거군요.

    <와다> 예. 아마도 그런거 같아요. 한국에 와서 북한학을 공부하면서 친해진 탈북자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탈북자와 많은 부분 공감대를 형성했고 한국에서 불행하게 살아가는 탈북자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윤> 이곳은 어떻게 알고 오셨죠?

    <와다> 탈북자 친구들이 '강제북송 반대집회'가 있다고 얘기했었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옥인교회 앞을 지나다 집회 현장을 발견하고 들어오게 됐습니다. 

    <윤>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가져 주신 것만 해도 감사한데 외국에서 오신 분이 이렇게 단식까지 동참해 주시니 개인적으로 고맙고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와다> 탈북자들에겐 냉정히 말해서 한국 땅도 '타국'입니다. 분명히 한민족이라는 느낌은 있지만 60년간 떨어져 살다보니 오해가 많이 생긴 것 같아요. 탈북자들과 가깝게 지내면서 그들의 어려움과 고충을 알게 됐습니다. 제 바람은 탈북자들이 진정 마음을 열고 한국사회에 잘 정착하는 겁니다. 보탬이 된다면 저 역시 돕고 싶구요. 단식을 하는 것도 이같은 일환으로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윤> 아까 주신 원고를 보니 탈북자 8명과 함께 <꿈 연대>라는 것을 만드셨던데, 뭔가 준비 중인 계획이 있으시다면 간단히 소개를 해주시죠.

    <와다> 일단 가수 이은미씨와 탈북자 초청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어요. 저와 친분있는 탈북자들을 초대해 같이 공감하고 느끼는 자리부터 마련하려고 합니다.

    <윤> '맨발의 디바' 이은미씨와는 어떻게 친분을 갖게 됐나요?

    <와다> 재일교포 친구가 일본에서 기획사를 하고 있어요. 몇 년 전 그가 이은미를 일본에 초청하고 싶다고 말했었죠. 그래서 당시 한국에 있던 저에게 이은미 측과 만나볼 것을 부탁 했고 이은미의 기획사 네오비즈 관계자를 통해서 이은미를 소개받았어요. 그렇게 이은미와 알게됐죠.

    <윤> 근데 좀 의외인데요? 이은미씨는 '친노' 성향의 연예인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최근 비슷한 성향의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이 탈북자에 대해 관심을 표명한 일이 극히 드물거든요.

     <와다> 그건 아마도 생명 자체를 중시하는 이은미의 생각이 다른 '친노'들과 다르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은미는 '민주통합당이 왜 탈북자 문제에 대해 발언하지 않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며 이번 콘서트 이야기를 꺼냈고 저에게 탈북자 친구들을 초청해 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했습니다.

    <윤> 이건 제 생각인데요. 진정한 탈북자의 행복이라는 문제를 놓고 볼 때 마음과 마음을 잇는 공연도 좋지만 몸과 몸이 부딪치는 운동도 좋은 컨텐츠가 될 것 같습니다.

    <와다> 안 그래도 탈북자 출신 야구선수가 인천지역에서 사회인 야구단을 창단하려 하고 있습니다. 다른 팀들과 시합을 하면서 탈북자들이 한국에 적응하고 또 한국인들이 탈북인들을 받아들이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저는 미식축구를 했지만 기꺼이 도와 주기로 했습니다.  

    글/사진 윤희성 기자 ndy@new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