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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대선 당시 'BBK 의혹'을 제기한 김경준(46ㆍ수감중) 씨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됐던 '가짜편지'를 쓴 당사자인 신명(51) 씨가 총선에 영향을 주지 않는 시점을 골라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에 사는 신씨는 8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검찰에 나가서 사실을 있는 대로 모두 털어놓겠다"면서 "검찰 출두 시점은 총선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총선 직전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총선 한참 전에 검찰 조사를 받거나 총선이 끝난 뒤에 검찰에 나가면 여야 모두로부터 총선에 영향을 주려 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어 출두는 총선 직전에 하되 조사 결과는 총선 후에 발표되도록 시점을 골랐다는 것이다.
신씨는 "나는 정치인도 아니고 정치적 목적도 없다"면서 귀국 결심을 정치적 의도로 해석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당초 검찰 조사에 소극적이던 신씨는 조사에 응하기로 마음을 바꾼 데 대해 "얼마 전 미국 검찰로 보이는 곳에서 전화를 받았는데 한국으로 송환한다는 투로 말하더라"며 "내가 무슨 테러범도 아닌데 이런 대접을 받는 게 싫어서 (한국)검찰에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 씨는 송환 운운하며 전화를 걸어온 곳이 미국 사법 기관인지는 확인하지는 못했고 한국 검찰에 송환 요청을 했는지 물어보자 송환 요구는 없었다는 답변을 들어 의혹이 생긴다면서 "아무튼 이런 압박을 받는게 싫었다"고 했다.
신씨는 '가짜 편지'를 작성하고 2007년 검찰 조사에서 배후가 없다고 거짓 진술한 것이 양아버지처럼 모시던 양모 씨가 시킨 일이라고 밝혔다.
대학 등록금을 대주는 등 30여년 동안 뒤를 봐주던 양씨가 편지 문안을 가져와서 그대로 쓰라고 했을 뿐이며 당시에는 "아버지나 다름없는 분이 필요한 일이라고 해서 물어보지도 않고 따랐다"고 설명했다.
양씨는 당시 "이렇게 해야 김경준이 한국에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신씨는 밝혔다.
앞서 검찰 조사에서는 이런 내용을 진술하지 않았다는 신씨는 "양씨는 정권 실세가 뒤에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 진술할 내용을 다 지시해줬다"면서 "그래야 형이 무사히 미국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신씨는 "정말로 정권 실세가 배후에 있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 "나로선 정권 실세가 뒤에 있지 않으면 이런 일을 벌일 수 없다고 믿어 검찰에 가서도 거짓 진술을 할 수 있었고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선을 앞둔 2007년 11월 김경준 씨가 입국하자 당시 한나라당은 청와대와 여당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물증으로 김 씨의 미국 수감 시절 동료인 신씨의 형 신경화(54)씨가 보냈다는 편지를 공개했다.
편지 내용은 "자네가 '큰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니 신중하게 판단하길 바란다"는 것이었고, '큰집'이 청와대를 상징한다고 해석돼 김씨가 모종의 대가를 받고 들어왔다는 기획입국설이 불거졌다.
그러나 신명 씨는 지난해 "형이 보냈다는 편지는 내가 작성한 것"이라고 밝혀 편지는 가짜로 드러났다.
검찰은 김 씨가 이들 형제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이후 경북북부1교도소에 수감 중인 신씨 형을 불러 편지의 실제 작성자와 작성 경위, 배후 등을 조사했으나 그는 "편지는 동생이 썼지만 배후는 잘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