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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괴담으로 본 ‘트위터 중독증’
전 경 웅 /뉴데일리 사회팀장
작년 11월 22일 오후 4시 한미FTA가 국회에서 비준됐다. 다함께, 민노총, 민노당 등 좌파 진영은 ‘한나라당이 날치기 통과를 했다’며 반발, 당일 오후 7시부터 여의도와 명동 일대에서 격렬한 시위를 했다. 시위대 속에 들어가 살펴보니 이들은 ‘괴담에 빠진 군중’이었다. ‘군중’을 묶어주는 건 ‘트위터’였다. 그들은 ‘트위터’에 중독돼 있었다.
한미FTA와 관련된 괴담은 다양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두 가지로 집약된다. 의료비 문제와 ISD 조항이다.
좌파 진영과 시위대는 “이명박이 한미FTA를 발효하면서 의료민영화를 실시, 미국처럼 돈이 없으면 감기 치료조차 제대로 못받게 된다”고 말한다. 시위대 중 나이가 많은 이들은 이 말을 믿고선 “한미FTA가 발효되면 맹장수술 한 번 받는데 3,000만 원이 넘게 든다” “감기 치료를 하려 해도 100만 원이 넘게 든다”는 등의 주장을 한다. 이 주장은 민노당과 민노총,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내놓은 주장 속에 들어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건강보험공단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공공서비스다. ‘영리병원’조차 마음대로 허용하지 않을 정도다. 이런 공공 서비스는 한미FTA의 개방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의료 민영화는 한미FTA와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철도, 전력, 교육 또한 마찬가지다.
ISD조항 또한 마찬가지다. 좌파 진영과 일부 정치인들은 “ISD조항이 발효되면 미국 자본이 우리나라에 투자한 뒤 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받는 농산물, 중소기업 생산품, 공기업의 서비스에 대해 무차별 소송을 걸게 되고, 이 재판은 다른 나라에서 판결하게 돼 결국 농민과 중소기업은 모두 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실은 전혀 다르다. ISD 조항에 따른 소송은 비용만 100만 달러 이상, 소송 기간도 7년이 넘는다. 여기다 지금까지 소송을 제기한 기업이 피소된 국가를 상대로 승소한 경우가 거의 없다. 그 나라의 주권과 관련한 사항은 국제법이라 해도 함부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이재형 고려대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한미FTA반대 측의 ‘남미 괴담’을 거론하며, “(괴담에서 거론하는) 볼리비아의 경우 볼리비아 정부가 미국 기업과 계약한 내용을 위반했다. 그래서 미국 기업이 배상금 5,500만 달러를 청구했는데, 우리 돈으로 단돈 400원에 합의를 한 바 있다”며 괴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한미FTA관련 괴담이 나도는 걸까. 미디어 업계는 그 이유로 ‘트위터’를 꼽는다. 140자의 단문 메시지를 불특정 다수에게 마음대로 보낼 수 있는 ‘트위터’는 SNS 중 하나다. 하지만 세계 SNS서비스의 실제 사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페이스북’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일방적으로 대중에게 떠드는 SNS라 그리 각광받지 못한다.
하지만 사람을 학벌이나 직급 등 외형으로 평가하고, 항상 남들 위에 군림하며 가르치려 드는 ‘권력지향형 386세대’에게는 ‘일방적인 소통 창구’인 ‘트위터’가 딱 맞다. 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서는 ‘트위터’가 세계 최고의 SNS로 둔갑해 여론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트위터’ 돌풍이 부는 이유는 포털과 트위터, 언론의 악순환 고리 구조에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75%가 사용한다는 대형 포털 ‘네이버’에서 키워드 검색을 하면 검색결과 바로 아래에 ‘실시간 트위터’라는 코너가 뜬다. 이 코너에 노출되는 ‘트위터’는 ‘네이버’가 보여주는 ‘인기검색어’ 코너와 깊은 연관이 있다. 이를 본 좌파 진영 언론매체들은 ‘트위터’에 나온 갖가지 주장을 마치 ‘절대다수의 여론’인양 포장해 기사를 작성한다.
그런데 어떤 언론도 100만 명 정도인 우리나라 트위터 이용자 중 1만 명도 채 되지 않는 사람들이 전체 트위터 메시지의 3분의 2 이상을 만들어 낸다는 건 말하지 않는다.
트위터 사용자들은 자신의 팔로워가 많아지는 것에 쾌감을 느낀다. 그 ‘쾌감’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의 메시지 중 자극적인 글을 자신의 글인 양 남들에게 전달하거나 ‘유명인’의 메시지를 리트윗한다. 사실 확인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남들로부터 ‘관심’만 받을 수 있으면 된다. 그 ‘관심’은 팔로워 숫자로 나타난다.
한편 좌파 진영 매체들은 이런 메시지들이 포털에 나타나면 ‘여론’으로 포장해 다시 포털의 뉴스 섹션에 보낸다. 매체 입장에서는 ‘조회수’만 높으면 된다. 포털입장에선 방문자만 많으면 된다. 좌파 진영은 이런 미디어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알기에 ‘트위터’를 선전선동 도구로 활용한 것이다.
이보다 더 문제인건 우리 사회 ‘주류 세력’의 기회주의 속성이다. 여당과 주요 언론, 정부조차 ‘트위터’의 문제는 외면한 채 부화뇌동하고 있다. 일부 ‘자칭 우파’ 언론과 공무원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안철수 신드롬’을 업은 좌파 진영이 우세할 것이라는 여론이 일자 부끄럼 없이 ‘줄대기’를 하고 있다. 모두 ‘트위터’에 휘둘렸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트위터 돌풍으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속내’를 보노라면 총선과 대선 문제는 오히려 경미해 보인다.
이대로 가다가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중우정치(Democracy) 국가’가 나타나거나, 국민 스스로 멸망을 선택하는 나라가 될까 두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