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통에 북에서 서울로 내려온 부모님은 고생 끝에 6남매를 길러냈어요. 의식이 상당히 깨어있는 분들이셨죠"

    젊은 의학도들에게 몸을 내놓은 아버지 김유현(94)씨의 빈소에서 고인의 생전 모습을 떠올리며 첫째 딸 김경자(61)씨는 이렇게 말했다.

    30일 한양대병원과 유가족 등에 따르면 김씨는 2008년 10월 부인 백매운(89)씨의 제안으로 시신기증을 결심하고 시신기증 유언서를 제출했다.

    백씨는 15년 전 시신기증이 많지 않을 무렵 다른 국가로부터 시신을 사와 교육하는 환경을 다룬 TV프로그램을 본 뒤 한양대병원에 시신기증 서약서를 냈다.

    1997년 10월 10일 셋째 딸인 김경옥(54)씨와 함께 시신기증 서약서를 낸 백씨는 남편을 끈질기게 설득했고 결국 김씨도 11년 뒤에 부인과 뜻을 함께했다.

    장녀인 김경자씨는 "당시에는 시신기증이 많지 않았어요. 시신기증 하려면 자식들의 동의가 필요한데 처음엔 한사코 반대했다가 결국 어머니의 뜻을 꺾지 못했습니다"라고 회고했다.

    고인을 떠나보낸 부인 백씨는 "죽어서 태우나 땅에 묻으나 다 없어지는 것인데 내 몸이 뜻깊게 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부부의 숭고한 뜻을 본받은 6남매 중 일부는 시신기증 의사를 밝히고 한양대 의과대학 측에 서약서를 가져다달라고 요청했다.

    한양대 의과대학 행정팀 임철식 부장은 "셋째 딸은 오래전 어머니와 함께 시신기증 서약서를 제출했고 김유현씨가 별세한 뒤 빈소에서 유가족이 서약서 양식 4부를 따로 요청해 전달했다"고 전했다.

    임 부장은 "고인은 숙환으로 별세한 뒤 시신이 곧바로 한양대 의과대학 해부ㆍ세포생물학 교실로 인도됐다"며 "시신은 학생들의 해부 실습 등을 통해 또 다른 생명을 살리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