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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것이냐를 놓고 새해 벽두부터 외교가가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민간단체이긴 하지만 군축관련 비정부기구(NGO)인 핵위협방지구상(NTI)이 11일(현지시간) 북한을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과 함께 9대 핵보유국에 포함시킨 보고서를 공식 발표한 파장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북한 스스로 지난 5일 담화를 통해 "존엄한 자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하고 나섰다.
북한의 주장은 핵개발 중지 등을 호소한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 특별 국정연설을 비난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핵 억지력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것은 '북한=핵보유국'의 등식을 확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의 의미는 두가지로 분류된다.
우선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체제하에서 특례적으로 인정하는 핵보유국으로 미국과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가 있다.
이와 달리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처럼 NPT에는 가입하고 있지 않지만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받는 나라가 있다.
북한은 현재 NPT를 탈퇴한 상태다. 따라서 NTI가 이번에 핵보유국에 북한을 포함시켰다면 이는 후자의 경우로 볼 수 있다.
미국의 입장은 단호하지만 내심 곤혹스러워 보인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앞으로 6자회담에서 공식적으로 핵보유국임을 주장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수용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는 한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그동안 핵보유국임을 주장할 때마다 책임있는 당국자들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대응했다.
그러나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핵실험까지 한데다 영변 핵단지에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시설까지 갖추고 있음을 공개한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기류마저 막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난 2008년 6자회담이 진행중일 당시 미국은 북한으로부터 '핵신고서'를 받아 북한이 보유중인 '무기급 핵물질'의 실체를 파악하는데 주력했으나 북한의 비협조와 국제정세의 변화 등으로 6자회담은 장기 공전중이다.
최근 북미 대화가 재개돼 조만간 6자회담이 다시 열릴 경우 북한은 '핵보유국'을 자처하면서 6자회담에서 `핵군축' 논의를 하자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렇게 되면 6자회담의 핵심 목표인 '한반도 비핵화'는 공염불이 돼버린다. 또 핵보유국 반열에 오르지 못한 한국과 일본은 6자회담에서 더욱 소외될 수 있다.
현지 외교소식통은 12일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경우 6자회담의 성격 변화는 물론 미국의 대북 정책의 목표가 수정돼야 한다"면서 "이미 핵을 보유한 북한이 더이상 핵무기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외부로의 핵이전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확산금지' 에 주력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북한을 어정쩡하게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경우 제2, 제3의 북한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미 핵무기 개발의 기술력과 자원을 가진 국가들이 자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북한의 선례를 따를 경우 NPT체제는 근본부터 위협받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