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한국 정부를 대하는 중국의 대응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평소에는 한국에게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강조하며 경제적 실리확대에 주력하면서도 정치적 선택을 내려야 하는 '진실의 순간'이 오면 한국을 홀대하고 북한 편을 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이틀째 이명박 대통령의 전화통화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서도 20일 오전 북한 공관을 찾아 김 위원장의 사망에 조의를 표한 것은 남북한을 대하는 중국의 이중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중차대한 외교사안이 발생한 상황에서 관련국 정상의 통화요청에 이틀이 지나도록 응하지 않는 것은 아무리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뜻을 담았다고 해도 외교적 결례에 가깝다는 시각이 높다.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 당국자들이 전화를 잘 받지 않고 한국 측의 접촉 시도에 응하지 않는다"며 "접촉을 하더라도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의 이 같은 이중태도는 이미 천안함 사건에서 극명히 드러난 바 있다.

    북한의 소행임을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가 제시된 상황에서도 중국 측은 노골적으로 북한 편을 들면서 우리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미국과 어깨를 겨루는 G2(주요 2개국)의 위상을 과시하고 지역의 패자(覇者) 노롯을 하면서도 민감한 현안이 등장하면 '책임있는 대국(大國)'의 역할을 외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론이 대두됐다.

    결국 천안함 사건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됐으나 중국의 물타기 속에 공격의 주체를 북한으로 적시하지 못한 어정쩡한 의장성명이 나왔을 뿐이다.

    북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대응을 놓고도 중국의 북한 편들기는 여전하다. 북한이 지난해말 스스로 UEP를 공개하면서 국제사회의의 불안요인으로 등장했으나 중국은 "우라늄 농축이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안보리 회부에는 반대하고 있다.

    중국 외교를 담당하는 최고위급 인사인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국무위원은 작년 11월27일 당일에 한국 방문을 통보하고 이명박 대통령 면담까지 요구하는 외교적 '결례'를 범하기도 했다.

    이는 특히 최근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우리 해경이 중국 선장에 의해 살해당한 사건과 맞물려 국민들의 대(對) 중국 정서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보다 냉정한 관점에서 중국 외교의 특성을 이해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리 외교의 양대 축이라 할 수 있는 중국과의 관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앞으로 한반도 현안이 발생했을 때 외교적으로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중국으로서는 동북아 정세의 갈등요인을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는 것이 중요한 안보적 과제이고 미국에 맞서 역내 질서를 주도하려면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클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새로운 북한 체제의 등장에 대비해 남북한을 상대로 전략적으로 차별화된 행보를 하고 있음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중국이 불만스럽더라도 성급하게 몰아세우기 보다는 중국 스스로 한중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당당한 대응기조 속에서도 다각도의 관계증진을 꾀하는 '지혜로운' 외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한미동맹에 '올인' 해온 한국 외교가 중국을 자극해 지나친 북한 편들기를 하도록 조장한 측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내년 수교 20주년을 맞은 한중관계가 중대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