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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9일 오후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대표직 사퇴의사를 밝힌 뒤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4 전당대회에서 집권 여당 수장으로 선출된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9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및 디도스발(發) 후폭풍의 영향으로 취임 5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4.27 재보선 패배로 ‘안상수 체제’가 붕괴된 이후 2개월여 만에 치러진 경선에서 홍 대표는 2위인 유승민 최고위원을 1만표 가까운 차이로 누르며 대표직을 차지했다.
서민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보수 정당의 대표 자리에 오른 그는 친서민정책에 박차를 가했고 이는 복지정책 강화를 표방하는 박근혜 전 대표와 쇄신파의 주장과도 부합했다.
당청 관계에 있어서도 ‘당 선도론’을 제시하며 당·정·청 회동 장소를 청와대나 총리공관이 아닌 여의도 당사에서 여는 등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홍준표 대표 체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진한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여권이 패배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홍 대표는 주민투표 직후 25.7%를 기록한 투표율에 대해 “사실상 승리했다”고 말해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오 전 시장의 사퇴로 치르게 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이후에도 홍 대표는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이유로 “진 것도 이긴 것도 아니다”라고 말해 책임 회피성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거침없는 직설 화법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홍 대표는 지난 10월31일 홍대 앞에서 가진 대학생들과의 ‘타운미팅’에서 “이대 계집”이라고 말했다가 사과했다.
지난달 15일에는 출입기자들과 한 만찬 자리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와 관련 “이달 내 통과시키면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 안경을 벗기고 ‘아구통’을 한 대 날리기로 했다”고 말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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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9일 오후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와중에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비서가 개입한 것으로 드러난 중앙선관위 디도스 파문은 홍 대표에게 결정타를 날렸다.
홍 대표의 디도스 파문 대응과 현실 인식이 안일하다는 이유로 선출직 최고위원 3명은 동반 사퇴했고 홍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재신임 카드’를 꺼내며 버티기로 맞섰다.
전날에는 기자간담회를 자청, 총선시 현역의원 기득권 배제 등 당 쇄신안을 발표했지만 공천에 대한 사감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반발을 샀고 급기야 당내 주류로 부상한 친박계가 등을 돌리면서 물러나게 됐다.
결국 홍 대표는 지난 7.4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5개월여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돼 역대 선출직 대표로서 ‘최단기’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홍 대표는 이날 사퇴 의사를 표명한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척당불기 이젠 자유인이 됐습니다”라는 의미심장한 문구를 남겼다.
척당불기(倜儻不羈)란 뜻이 크고 기개가 있어서 남에게 얽매이거나 굽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는 홍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내부 정리를 한 후에 사퇴하고자 했던 내 뜻도 기득권 지키기로 매도되는 걸을 보고 더 이상 이 자리에 있는 게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며 다른 계파들의 압박에 대해 서운함을 감추지 않은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아울러 향후 차차기 대권을 노릴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