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단독 심의 재개에 '반발'..중단 요구민주 "한미FTA 이어 또 날치기 하려 하느냐"
  •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일 계수조정소위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재개했으나 민주당 의원들로 반발로 40분 만에 중단했다. 한나라당은 이튿날인 2일 오전 계수조정소위를 다시 열고, 예산안을 심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내일 회의가 열려도 불참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새해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쉽사리 풀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강행처리로 중단된 예산심사는 민주당의 반발에 따라 이날로 열흘째 '개점휴업' 상태를 맞게 됐다.

    정갑윤 국회 예결위원장은 이날 개의를 선언하며 "정기국회가 끝나는 9일까지 예산심사를 마치려면 시간이 없다. 오늘부터 계수조정소위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비쟁점 감액심사를 시작키로 했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민주당의 불참에도 계수조정소위를 재가동하는 것에 대해 "여야 원내지도부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야 지도부의 대화를 거쳐 다음주 월요일(5일)에는 민주당도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 지난달 22일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강행처리로 중단된지 9일만에 예산심사가 재개된 1일 오전 국회 계수조정소위 회의실을 방문한 민주당 강기정 의원(오른쪽, 예결위 간사)이 정회를 선언하는 한나라당 장윤석 간사의 방망이를 붙잡으며 산회 선언을 종용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달 22일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강행처리로 중단된지 9일만에 예산심사가 재개된 1일 오전 국회 계수조정소위 회의실을 방문한 민주당 강기정 의원(오른쪽, 예결위 간사)이 정회를 선언하는 한나라당 장윤석 간사의 방망이를 붙잡으며 산회 선언을 종용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7명의 한나라당 계수조정소위 위원들과 자유선진당 임영호 위원은 각 상임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감액 의결한 예산항목부터 심사를 재개했다. 복지-국방예산 등 여야 쟁점사항까지 함께 심사하면 민주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 위원장은 개의를 선언하면서 "민주당에도 동참을 요청했지만 참석하지 않아 유감이다. 상임위에서 의결한 감액부터 심사하고 예결위 차원의 감액은 민주당이 들어오면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강기정 의원 등 민주당 의원 4명은 이날 회의장을 찾아 한나라당의 단독심사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회의 중단 및 산회를 요구, 40여분 만에 회의는 끝나고 말았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한미 FTA 강행처리에 대한 사과와 신뢰회복 조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예산을 감액-증액하는 계수조정소위를 재가동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당초 이날 회의에서는 기획재정부, 국세청, 통일부 등 11개 기관에 대한 예산안 심사를 할 예정이었으나 정 위원장은 기재부 심사만 마치고 정회를 선언했다.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강기정 의원은 "보여주기식의 예산심사 재개는 여야 불신을 키우는 것"이라고 했다.

    강 의원은 "한나라당이 FTA '날치기 처리'로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놓고도 정기국회 회기 중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또다시 날치기 처리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