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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실시된 스페인 총선 결과 당초 예상대로 국민당(PP)이 집권 사회당에 압승함으로써 스페인에 7년 반 만에 중도우파 정부가 들어서게 됐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난제도 수두룩하다.
개표가 90% 진행된 결과, 국민당은 350명의 의원을 뽑는 이번 총선에서 44%의 득표율로 186석의 안정 과반을 확보, 득표율 29%에 110석을 얻는데 그친 사회당에 승리를 거두고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이로써 스페인은 유로존(유로화 사용국가)에서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이탈리아에 이어 다섯번째로 정권이 교체된 국가 대열에 포함됐다.
국민당의 압승은 무엇보다도 3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경제위기와 21.5%에 달하는 실업률 덕이라는 데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면서 경제가 침체기에 들어섰음에도 집권 사회당은 별다른 대책이 없었고 수백만명이 실직해 거리에 나앉은 뒤에야 부랴부랴 긴급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미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당이 1970년대 말 스페인에 민주주의 체제가 들어선 이후 최대의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역설적으로 경제위기 대처에 무능한 사회당을 유권자들이 냉정하게 심판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따라서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 국민당의 당면 최대 현안은 경제위기 극복으로 요약된다.
이미 스페인의 경제는 21.5%라는 실업률이 말해주듯 처참한 실정이다. 청년 실업률이 45%에 달해 청년 2명 중 1명은 사실상 실업자 신세이고, 1천400만가구가 무직 상태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9.2%였던 재정적자 규모를 올해에는 GDP 대비 6%로 낮춘다는 계획이나 현재로서는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고, 웬만한 긴축정책으로는 내년에 재정적자 규모를 4.4%로 더욱 축소한다는 계획은 실현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특히 스페인은 지난 17일 발행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6.975%를 기록, 구제금융을 받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7%에 근접할 정도로 시장의 신뢰도가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바꿔 말해 이탈리아 다음으로 재정위기 위험국으로 분류된 상황이 현실로 될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마리아노 라호이 대표가 이끌 것이 확실시되는 스페인 차기 정부는 최대한의 지출 축소를 통한 비용절감을 해야 하고 국가적으로는 전 분야에서 개혁을 해야 한다.
그래야 국제시장에 신뢰감을 주고 경쟁력을 되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 정부 취임 첫해 긴축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경기침체와 추가 실업률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라호이 대표가 총선 유세 과정에서 연금과 건강보험, 교육 부문을 제외한 모든 것을 손질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여서 어느 정도 국민적 공감대는 형성됐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스페인의 한 싱크탱크 관계자는 "겪어보지 못한 어려움이 될 것"이라면서 2013년까지는 정상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라호이 대표가 이날 총선 승리를 확인한 직후 경제위기에서 곧장 빠져나오는 기적을 이룰 수는 없겠지만 유럽에서 다시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국민에게 호소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온화하고 신중한 성품의 라호이 대표가 유럽의 재정위기가 유로 중심국으로 확산되는 한복판에서 어떤 방법으로 국민을 설득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실업률도 떨어뜨리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