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盧, 독선·자폭정치·포퓰리스트""지지자 카타르시스에만 올인하는 자살외교"'盧 원색 비난·욕설' 연극 환생경제 출연민주당 내에서도 "盧 비판한 것 사과해야"이혜훈, 본인 명의 SNS 계정 '비공개' 전환
  • ▲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한 이력으로 여권으로부터 비난 받는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과거에는 '민주당의 성역'인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판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 전 대통령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에 비교하며 '독선적'이고 '자폭·공갈정치'에만 몰두한다고 지적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2005년 8월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 소속 의원으로 당 홈페이지에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는 닮은 꼴'이라는 칼럼을 기고했다. 당시 한국의 수장이던 노 전 대통령과 일본 총리를 맡고 있던 고이즈미 전 총리를 빗대 비판에 나선 것이다. 

    당시 고이즈미 총리는 '극우 정치인'으로 불릴 만큼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의 비판 대상이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독도 영유권 주장, 신자유주의 정책 표방 등 노 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과 결이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를 두고 이 후보자는 은 "독선, 자폭정치, 화풀이, 포퓰리스트, 돌출 행동, 공갈정치, 이벤트정치 등의 수식어를 늘 달고 다닌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는 닮은 꼴"이라며 두 사람의 공통점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또 "출발부터 당내 기반 없이 대중적인 인기만 등에 업고 등극한 것도 두 사람이 닮았고, 정치적인 위기 때마다 깜짝 쇼를 연출하는 것도 닮았다"며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전격적으로 강행해서 일본 국민의 국수주의 정서를 자극하는 고이즈미와 자이툰 부대에서 군복을 입고 장병들과 얼싸안는 장면을 깜짝 이벤트로 연출하는 노 대통령은 너무나 닮은 꼴"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국민과 국민의 대표인 의회를 무시하고 무시하는 것을 넘어서서 공갈 협박하는 것 마저 닮았다"며 "해산당하지 않으려면 찬성하라고 공공연히 공갈 협박하고 그래도 말 안 듣자 결국에는 의회를 해산해 버린 고이즈미나, 경제가 어려워 살 수가 없다는 국민의 한숨을 '대통령 못 해 먹겠다'는 막말로 막아버린 노 대통령은 너무 닮았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의 절차도 지키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도 민주주의의 요체인 합의와 절차적 정당성은 헌신짝 취급하는 것도 닮았다"며 "당의 승인도 받지 않고 우정법 각의서를 독단적으로 만들고 반대하면 없애버리겠다고 협박한 고이즈미의 독선이나 당사자인 야당이 모두 반대하고 국민의 30%도 찬성 안 하는 연정을 끈질기게 압박하는 노 대통령의 스토커 기질은 거기서 거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정 분리를 가장 내세웠던 본인이 당과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과거 제왕적 총재들보다 더 강력한 권능으로 교서나 칙령처럼 일방적으로 당원들에게 내려 보냈다는 점이 더욱 그렇다"고 언급했다.
  • ▲ 이재명 대통령. ⓒ서성진 기자
    ▲ 이재명 대통령. ⓒ서성진 기자
    노무현 정부의 국정 운영 성적표는 최악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그 무엇보다도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두 사람의 국정 운영 성적표가 F학점이라는 사실"이라며 "성장을 못하면 분배라도 챙겨야 할 텐데, 성장도 못하면서 분배마저 악화시킨 점이 그렇고 독고다이식 외교로 국제 무대에서 왕따를 자초하는 점도 그렇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또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하나 이뤄내지 못한 고이즈미의 자폭식 외교가 국가 안보를 걸고 소수 지지 기반의 카타르시스에만 올인하는 노 대통령의 자살외교와 닮았다는 사실은 이미 세계가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 비하 논란에 휩싸였던 연극 '환생경제'에 출연하기도 했다. 2004년 공연됐던 환생경제는 출연진 전체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로 꾸려지며 화제가 됐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을 빗댄 성적 비하와 욕설 논란 등으로 역풍이 불었다. 

    이 후보자는 당시 '근애' 라는 이름의 배역을 맡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한 역이다. 노 전 대통령은 '노가리'라는 이름으로 표현됐다. 노가리와 근애는 부부, 이들의 아들 이름은 '민생'이다. 근애는 헌신적인 어머니, 노가리는 집안을 풍파에 몰아넣는 아버지로 그려졌다. 노가리를 향해 "거시기 달 자격도 없는 놈", "육시럴 놈" 등의 욕설을 하는 장면도 나온다.

    이 대통령도 경기도지사 시절이던 2020년 노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공수처법 통과에 반대하자 "지금으로부터 16년 전,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환생경제라는 연극으로 노 대통령님을 얼마나 추잡스럽고 비열하게 희롱했는가"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에서는 당의 정체성과 방향에 전혀 맞지 않는 인사가 '국가의 곳간지기' 역할을 하는 기획예산처 장관에 발탁되자 탐탁지 않는 눈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자가 민주당의 역사와 정신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지, 경제 정책을 이재명 정부의 기조에 맞춰 갈 수 있는지 검증이 필요할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을 당시 일본 극우의 상징으로 불리던 고이즈미 총리에 비교한 것은 사과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혜훈은 이재명의 기본 소득, 보편 복지, 수요 억제 부동산 정책을 가장 세게 까왔다"면서 "이혜훈은 과거 자기의 발언을 숨기려고 블로그, 페이스북, 유튜브, 네이버TV까지 모든 채널 콘텐츠를 없앴다. '글삭튀'(글을 삭제하고 도망간다는 뜻) 하면서 자리를 구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관 지명 발표 전까지 우리당 당협위원장으로서 평가 작업까지 했다"며 "인사 검증 동의 다 해 놓고 혹시 지명 안 될까봐 끝까지 가면을 쓰고 있었다. 당장 지명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