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李대통령 ISD 제안 수용 여부 놓고 ‘격론’한나라 “민주당 강경파 이기면 협상은 끝”
  •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선(先)발효 후(後)재협상’을 제안한 이후 모든 시선이 민주당 의원총회에 쏠리고 있다.

    ‘투자자국가소송제(ISD) 폐기’를 당론으로 요구해온 민주당이 이 대통령의 제안을 수용할지 여부에 따라 ‘파국’ 혹은 ‘합의’로 정국의 향배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16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이 대통령의 제안을 수용할 지 여부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강온파의 의견대립이 여전히 심해 합의를 도출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민주당의 의총에서는 이 대통령 제안의 수용 여부를 놓고 격론이 계속되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의총에 앞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재협상 후 비준을 하고 ISD를 폐기해야 한다는 기본적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기존 당론을 재확인했다.

  • ▲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회의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회의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일부는 이 대통령이 진전된 제안을 했고, 미국 정부도 발효 후 ISD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무작정 반대는 곤란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특히 소속 87명의 소속의원 가운데 이 같은 온건파가 45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이들이 강한 목소리로 의총에서 당론 변경을 요구할 지가 주목되고 있다.

    정장선 사무총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의 제안도 있었고, 미국도 발효 후 ISD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흡하지만 진일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영표 원내대변인은 “의총에서는 ‘몸싸움 하지 말자’는 온건파의 강한 발언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날 의총이 이 대통령과의 면담 결과를 보고하고, 당내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자리인 만큼 소속 의원들의 발언을 듣는 수준에서 마무리하고 당론 결정을 추후로 미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익을 위한 한-미 FTA의 조속한 처리’를 강조하며 민주당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50여명에 이르는 협상파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 대통령이 ‘마지막 카드’를 던졌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협상파의 한 의원은 “이 대통령이 할 만큼 했다고 본다.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민주당에서 강경파가 이기면 여야 협상은 사실상 끝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총에서 강경론이 득세할 경우,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예정된 의총에서 ‘단독처리’ 전략을 본격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민주당에서 온건파의 목소리가 힘을 얻는 기류가 형성될 경우, 한나라당 측은 일방적인 비준 수순에 돌입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