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ISD 재협상 양국 합의서 받아 오라” 홍준표, 24일 본회의서 한-미 FTA 처리 시사
  • 이명박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처음 정책협의를 위해 국회를 찾았지만 결국 민주당은 이에 호응해 오지 않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관련해 '선(先) 발효-후(後) 재협상' 하자는 이 대통령의 제안을 민주당이 거부했다.

    정국이 한바탕 소용돌이에 휩싸일 전망이다. 획기적인 돌파구가 열리지 않는한 여야는 이제 한-미 FTA ‘파국’이 부를 후폭풍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청와대는 진한 아쉬움과 함께 실망감을 드러냈고 한나라당은 오는 24일 본회의에서 강행처리할 뜻을 내비쳤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16일 이 대통령의 제안을 놓고 열린 의원총회가 끝난 뒤 브리핑을 갖고 “의총 결과는 한-미 FTA 비준안 처리 전에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 재협상을 하자는 것”이라며 기존 당론을 재확인했다.

    이 대변인은 “한-미 FTA 발효 후 3개월 내에 재협상을 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구두 약속은 당론 변경의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위한 새로운 조건을 정부와 여당에 내밀었다.

    핵심쟁점인 ISD의 ‘폐기 또는 유보’를 위해 양국이 즉각적인 재협상에 착수한다는 양국 장관급 이상의 서면 합의를 받아 오라는 것이다.

    한-미 양국간 ‘즉각적인 ISD 재협상’이라는 서면 약속이 이뤄질 경우 비준안 처리를 검토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한나라당의 단독처리 시도시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저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 16일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의원총회가 끝난 뒤 회의장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세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 16일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의원총회가 끝난 뒤 회의장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세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6시간에 걸쳐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에서는 이 대통령의 ‘새로운 제안’에 대해 “미흡하다”, “믿을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비준안 처리 저지를 위한 방법론을 놓고 강온파가 격론을 벌이기도 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을 비롯한 강경파는 “한번 비준하면 되돌릴 수 없다”며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한나라당의 비준안 처리를 저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반면 김성곤-강봉균 의원 등 협상파 의원들은 물리적 저지에 반대하면서 여야간 절충점 모색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추후 의원총회를 열어 한-미 FTA 비준안 처리 문제에 대해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국회 논의를 조금 더 지켜보겠다"면서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박 대변인은 "대통령께서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의회 민주주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의회민주주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달라는 말은 여야 정치권에 두가지를 주문했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여야가 합의 처리해달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여야 합의가 안될 경우 의회 민주적 절차에 따라 표결 처리 과정을 밟아 달라는 요구다.

    민주당 내 협상파 의원들의 노력에 힘을 실어 준 모양새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여야 협상파들의 품들인 노력이 결실을 얻을 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이 이날 민주당 의원총회 도중 ‘단독처리’를 시사했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당 소속 재선의원들과 오찬을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나 “(한-미 FTA를) 국회법 절차에 따라 처리하기로 만장일치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비준안을 단독처리한다는 의미인가”라는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다수결 원칙에 따라 비준안에 대한 표결을 시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 재선 의원은 홍 대표의 발언에 대해 “‘처리한다’에 방점이 있는 것으로, 처리하되 다수결에 따른다는 의미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