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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잠룡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한달 동안 서울시장 보궐선거라는 `강풍' 속에서 잠복기를 지낸 만큼 본격적인 정치행보를 내디딜 채비를 하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당분간 `야권대통합의 전도사' 역할에 전념할 계획이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확인됐듯이 야권대통합 없이는 내년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손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12월11일 전에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시민사회단체인 혁신과 통합,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과 활발하게 접촉하며, 통합논의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사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강행 처리를 저지하기 위한 `첨병'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13일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외교통상통일위로 옮겼으며 전체회의와 끝장토론 등에 참석, 한미 FTA의 부당성을 짚는 등 활약을 했다.
그의 외통위 합류는 `담대한 진보'를 슬로건으로 내건 `좌클릭' 행보의 연장선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세균 최고위원의 방점은 `쇄신'에 있다. 당의 위기 때마다 쇄신이 화두로 떠올랐지만 구호에 그쳤다고 보고 젊은층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안과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영입 방안 등을 마련해보겠다는 복안이다. 또 내년 총선에서 서울 중심에서 출마해 수도권 필승론을 주도하겠다는 계획으로 수도권 의원들과 지인들을 활발하게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과 통합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역시 야권대통합을 위한 행보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문 이사장은 이번에 자신이 총력지원했던 부산 동구청장 재선거의 패배를 계기로 야권대통합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게 지인들의 전언이다.
그는 일단 혁신과 통합 활동을 통해 통합을 위한 틀거리를 만드는데 전념하면서 각 정당과 시민사회 단체와의 협상을 주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재보선의 최대수혜자로 꼽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 대학원장의 경우 당분간 학교로 돌아가 정치권과 거리를 둘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안 원장은 지난 27일 기자들을 만나 "학교 일만으로도 벅차다"고 답했고, "야권 통합을 위해 역할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생각해본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한 만큼 마냥 정치권과 거리를 둘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정치권에 진입한다면 특정 정당에 가입하거나 협력하기보다는 독자 세력화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