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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같은 超人을 존경할 줄 알아야
김용철
아! 스티브 잡스!
스티브 잡스가 갔다. 全 세계적으로 애도가 이어지고 그에 관한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필자도 애도의 글을 쓰고자 그를 형용할 말을 생각해보았으나 그 어떤 표현도 부족한 느낌이다.
작년 초 아이패드를 들고 나왔을 때다. 늘 그렇듯 열정적이면서도 매력적인 프레젠테이션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병마로 초췌해진 모습! 그는 당시 癌 선고를 받고 이미 죽음에 직면한 상태였다.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은 그 모습을 지켜본 세계인 모두가 공통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예정된 죽음을 향해 하루하루 다가가고 있던 바로 그 상황에서 아이폰 아이패드 신화를 이루어냈다.
천재적 업적을 헤아릴 것도 없이 그는 이 한 가지만으로 이미 초인(超人)의 반열이다. 그가 보여준 강인함과 초연함은 우리의 삶 자체에 대한 메시지가 되고도 남는다.
弱者에 대한 인간애는 소중하다. 하지만 존경받아 마땅한 존재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으면서 떠드는 무차별적인 인간애 운운은 대개의 경우 위선이다. 우리는 그의 모습을 통해 천재적이고 초인적인 인간이 왜 존경받아 마땅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인간은 생물학적 實體의 종말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간은 이야기로 계속 세상에 남는다. ‘이야기’는 햇빛을 받으면 역사가 되고 달빛을 받으면 신화가 된다고 했다. ‘그의 이야기’는 역사가 되면서 동시에 신화가 될 것이다.
다음 글은 첫 번째 아이패드 발표 얼마 뒤 썼던 것이다. 군더더기가 될 말 더 보태는 대신 이 글로 그를 다시 기려 본다.
발명은 필요의 어머니
하드웨어에만 몰두해선 미래가 없다!
20100219
스티브 잡스의 신작 아이패드
스티브 잡스는 확실히 IT계의 기린아다. 작년 아이폰 돌풍에 이어 올해에는 아이패드라는 새로운 ‘물건’으로 또 한 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평자에 따라선 기능상 여러 한계로 전작만큼은 히트하진 못할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아이팟, 아이폰 등도 애초 회의적 평가가 있긴 마찬가지였다.
물론 이 시점에서 아이패드의 앞날을 점치는 건 좀 성급하다. 아직 본격 시판의 시점도 아니다. 시장에서의 검증은 발표 시의 갈채와는 다르다. 실제 호응은 요란한 이목만큼이 아닐 수도 있다.
다른 업체들이 마냥 ‘놀고’ 있을 리도 없다. IT 계의 또 다른 거인 구글은 이미 아이폰에 대항해 넥서스폰을 내놓은 바 있다. 그 구글이 자사의 운영체제 ‘크롬’을 탑재한 독자적인 태블릿 PC로 아이패드에 맛 불을 놓을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아쉬운 것은 이러한 차세대 모바일 시장 선점을 둘러싼 거센 경쟁에서 우리 업체들이 주인공이 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단말기 제조에 치우쳐 있었던 한계다.
앱스토어의 위력
아이패드는 사실 순 기술적 측면에선 딱히 획기적인 건 아니다. 그 점 아이폰도 마찬가지다. 하드웨어 자체만으론 삼성의 옴니아가 더 낫다. 게다가 아이폰은 상당정도 우리 IT업체들이 공급하는 부품들로 만들어진다. 아이폰의 진짜 힘은 단말기 자체가 아니라 앱스토어다.
10만여 종을 헤아리는 각종 어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의 바다가 아이폰을 떠받치고 있다. 우리 업체들이 스마트폰의 하드웨어적 성능에만 몰두하고 있을 때, 애플은 그것을 띄울 소프트웨어의 바다를 함께 준비하고 있었다.
아이패드도 당연히 그 바다 위에서 위력을 행사할 것이다. 거기에 책, 잡지, 신문 등 길을 찾는 각종 텍스트 기반 콘텐츠까지 쓸어 담을 태세다. 아이패드의 진정한 의미는 개념 자체다. 태블릿 PC의 범주적 한계조차 넘어 시장 자체를 재편성하려는 야심을 드러낸다. 단말기 하드웨어 제조업체는 경쟁상대가 아니다.
애플은 불과 3년 전 휴대폰 시장에 뛰어 들어 작년 한 해 아이폰 2500만대를 팔아 5조 원의 이익을 남겼다. 그런데 같은 시기 휴대전화 2억 2700만대를 판매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4조 1천억 원에 불과했다. 10배를 팔고도 판매량이 1/10에 불과한 쪽보다 오히려 이익이 더 적다면 속된 말로 ‘헛장사’를 했다는 얘기가 된다.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의 위력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덩치가 크다고 이기는 게 아니다!
얼마 전 이른바 ‘슈퍼 앱스토어’ 등장 소식이 각 언론을 장식했다. 세계 휴대전화 운용프로그램 도매 연합체인 ‘홀세일 애플리케이션 커뮤니티(WAC)’에 붙여진 별칭이다. WAC는 최근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휩쓸고 있는 애플과 구글에 맞서 세계적 통신업체 24개가 공동으로 만든 ‘콘텐츠 거래장’이다. 앱스토어가 소매점이라면 WAC는 그를 넘어서는 일종의 거대 도매장터라는 뜻에서 슈퍼 앱스토어라는 것이다.
WAC에 참여하는 통신업체와 그와 계약한 콘텐츠 개발자는 이 가게에 상품을 올려놓을 수 있고, 20억 명에 이르는 24개 통신업체 가입자들은 필요한 콘텐츠를 살 수 있다고 한다. 구상대로면 가히 ‘슈퍼’라는 수식어가 과장이 아니다.
슈퍼 앱스토어 연합과 애플의 싸움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일단 규모로 보아 체급 차이만큼이나 승부가 싱겁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IT 업계의 역사는 덩치가 승자의 열쇠가 아님을 가르쳐 준다.
세계적 컴퓨터 업체였던 IBM은 존재감마저 가물거린다. 그런데 거기에 DOS를 공급하던 조그마한 하청업체 마이크로 소프트는 이미 오래전 IBM을 넘어섰다. 그리고 당연히 그 MS조차 지위가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덩치가 아니라 창의성이다. 따지고 보면 슈퍼 앱스토어의 등장 자체가 앱스토어의 가치를 증명한다. 승부는 어느 쪽의 상품이 더 참신하며, 소비자를 혹하게 만드는 솜씨는 누가 더 뛰어난가에 달려있을 것이다.
KT와 SK텔레콤, 삼성전자, LG전자 등 우리업체는 WAC라는 슈퍼 앱스토어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한다. 뒤늦게나마 방향은 잘 잡은 선택이다. 하지만 그 덩치만 믿고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하면 또 한 번 뒷북이 될 수도 있다.
발명의 진짜 가치는 새로운 필요의 창조다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라지만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총, 균, 쇠>에서 사실은 발명이 필요의 어머니라며 통념을 뒤집는다. 발명의 진짜 의의는 전에 없던 필요를 새로 만들어 내는 데 있다는 것이다. 용도의 창안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인데 오늘날 각종 IT 기기에 딱 어울린다. 기기 개발 이상으로 ‘응용 프로그램’이 중요하고, 그 이전에 개념부터가 새로워야 한다.
잡스와 함께 애플사를 공동 창업한 또 다른 스티브가 한 명 있다. 워즈니악(Wozniak)인데, PC의 사실상 발명자다. 대형 컴퓨터만 있던 시절에 그는 책상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개인용 컴퓨터를 상상하고 설계했다. 1977년 21세 청년 잡스가 그와 손잡고 그런 컴퓨터를 세상에 차례로 내놓았다. 애플I, 애플Ⅱ, 하지만 신기술의 발명은 아니었다. 기왕에 존재하던 기술을 새로운 방식으로 조합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게 중요했다. 그들은 ‘개인용 컴퓨터라는 개념’ 자체를 창시했던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거기에 더해 1984년 1월 또 하나의 걸작을 탄생시켰다.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라는 매력적인 운영환경을 갖춘 ‘매킨토시’였다. 그것은 이후의 모든 컴퓨터가 나아가야 할 길을 예고하는 이정표였다.
개인용 컴퓨터 시장의 절대강자가 애플이었던 것은 아니다. 폐쇄적 독자성을 고수한 애플은 마니아는 거느리게 되었으나 PC의 주류는 호환성을 중시한 IBM과 MS의 연합이 장악했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기도 했고 잡스가 떠난 애플은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애플이 창안한 그래픽 환경이라는 매력적인 운영체제 방식은 이후 IBM과 MS조차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지금 대다수가 사용하는 윈도우라는 운영체제는 사실상 매킨토시의 모방이었다.
우물쭈물하다간
워크맨으로 세계를 석권했던 소니의 위세는 이미 옛날 얘기다. 도요타도 흔들리고 있다. 자만 때문이라지만 비용절감에만 매달린 게 근본원인이라는 지적도 들린다. 싼 맛이 능사가 아님은 소비자가 더 잘 안다. 애플 제품은 다 비싸다. 그래도 사게 만든다. 새로운 개념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고객을 유혹한다. 우리 기업들은 어떨까? 어, 하다 보면 소니, 도요타가 우리의 예고편이 될 수도 있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버나드 쇼가 스스로 남긴 묘비명인데, 기업제국의 흥망이 꼭 그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