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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서는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가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마치 다 알고 있었다는 듯 말했다. 흡사 가출한 사춘기 자녀를 받아들이는 듯 했다.
‘대표직 사퇴’라는 필사의 카드를 들었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5일 사퇴의사를 철회하자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는 “너무 좋은 결과라 다행이고 대의를 위해 다시 결정해준 것에 대단히 감사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날 오후 마포구 동교동의 김대중도서관에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를 만나 이같이 말한 뒤 “이번 과정을 통해 (민주당이) 더 뭉쳐졌다. 함께 하려는 의지가 더 강해졌고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괜히 출마를 선언해 민주당을 뒤흔든 것처럼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표정과 말만으로 스스로는 관대하게 그리고 손 대표는 소심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말만 정치 초년병이지 수십년 정치한 사람도 넘 볼 수 없는 정치 9단 냄새가 풀풀나는 광경이었다.
외곽을 때리는 고단수 화법도 술술 구사했다.
“김 전 대통령이 남긴 여러 업적과 철학을 가슴에 새기고 정책이나 원칙을 만들겠다”며 DJ의 계보를 민주당이 아닌 자신에게로 바꿨다.
“정치 초보지만 앞에 걸어간 지도자들의 외로움과 고난을 알겠다”며 서울시장 선거 이후의 야망도 살짝 드러냈다.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되고 제1야당 민주당을 점령한 그가 국립현충원에 있는 김 전 대통령 묘역을 방문한 것은 DJ 지지층까지도 가져오겠다는 의도임이 분명해 보인다.
박 후보를 만난 이 여사도 “책임이 크겠지만 사회활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앞으로 잘할 것”고 격려했다.
박 후보는 민주당과의 관계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기보다 더 통합하고 커지는 과정에 함께 하겠다는 것이며 생각과 활동은 (민주당과) 함께 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일사불란하게 저희와 함께 이번 선거를 제대로 치러 승리하는 것이 저한테도, 손 대표에게도 훨씬 큰 성취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언듯 듣기엔 손학규대표와 민주당을 향한 "경고성 위협'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박 후보는 이날 오전부터 오후까지 여성 관련 행사에 잇따라 방문하며 `여심(女心)잡기'에 주력했다.
오전에는 한국가정법률상담소 55주년 기념식에 권재진 법무부 장관과 동석해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동료들을 만나 축하했다.
오후에는 여성운동가들이 만든 `살림정치 여성행동' 창립식에 박영선 공동선거대책본부장, 한명숙 전 총리, 심상정 진보신당 상임고문 등과 함께 참석, 여성정책 요구안을 건네받았다. 이어 종로구에서 열린 여성인권영화제 `피움'에도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