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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도 지난 그것도 정치 경험도 전무한 안철수라는 한 사람에게 제1야당 민주당이 무너졌다.
내년 정권교체를 부르짖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치욕이자 굴욕적인 하루였다.
박원순 변호사는 3일 열린 범야권 단일후보 경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박영선 의원을 가볍게 눌렀다. 압도적이라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는 표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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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던 안철수 교수가 불출마 선언을 한 뒤 박원순 변호사와 악수를 나누며 웃고 있다. ⓒ 연합뉴스
◇ 박원순, 그를 이끈 원동력은?
진보좌파 성향 시민사회 박원순 후보가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범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된 데는 한나라-민주당 중심의 현 정치권구조의 변화를 갈망하는 민심인 이른바 '안철수 바람(安風)'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후보는 지난달 초 선거 출마를 검토할 당시만해도 5% 안팎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다. 국내 진보좌파 성향 시민운동의 선구자로 저명인사이긴 했으나 대중적 인지도가 워낙 낮은 탓에 그의 파급력을 의문시하는 여론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중적 인기와 신뢰를 바탕으로 정치권에 일대 돌풍을 일으킨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아름다운 양보'를 통해 박 후보의 손을 들어주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안 원장에게 향하던 50%대의 지지율은 고스란히 박 후보에게 옮아갔고, 그는 여세를 몰아 조직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제1야당 민주당의 `철옹성'같은 벽을 훌쩍 뛰어넘었다.
종친초(종북-친북-촛불) 세력의 숨은 대부답게 안철수바람을 교묘하게 이용, 정체가 불분명한 '시민사회'의 대표주자란 명성을 손쉽게 꿰어찼다. 박 후보는 수락연설에서 그것을 "변화를 바라는 서울시민이 승리했다"고 의미를 부여하는 수사법(레토릭)을 구사했다.
특히 동원선거 성격이 가미된 국민참여경선에서 조직력을 앞세운 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불과 5%포인트 격차로 좁인 것은 박원순 후보를 지지하는 종친초 세력의 선전-선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군중의 힘이 어느정도인지를 충분히 가늠케 했다는 평가다.
박 후보 측 송호창 대변인은 "20ㆍ30대의 자발적인 참여와 트위터 등 사이버망을 활용한 선거운동이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실제 국민참여경선에서 젊은 층이 대거 몰린 것이 트위터를 비롯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힘이었다는게 중론이다.
◇ 다음 상대는 나경원, 민주당 입당 가능성도…
박 후보 측은 앞으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의 일대일 본선 대결에서도 '변화와 혁신'이란 애매모호한 개념에 대한 막연한 시민의 기대와 요구를 조직적으로 이용, 그들을 투표로 이끄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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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연합뉴스
야권 후보단일화 경선 과정에서 나타났듯이 대기업의 아름다운재단 기부행위 등 `아킬레스 건'에 대한 여권의 대대적인 검증공세에도 이른바 '시민운동'이란 개념을 뱅패로 내세워 적극 대응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 후보가 후보수락 기자회견에서 "과거의 동원이나 억지가 아니라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한 선거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며 "음해와 마타도어(흑색선전)에 상관하지 않고 제 길을 걸어가겠다"고 말한 것이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박 후보는 아울러 민주당 박영선, 민주노동당 최규엽 후보 측과 진보좌파 성향 시민사회 세력의 힘을 화학적 결합으로 이끌기 위해 당장 4일부터 진보좌파 재야와 각계 원로급 인사들을 두루 예방할 계획이다.
관심을 모으고 있는 오는 6∼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등록 이전 민주당 입당 가능성은 다소 낮아 보인다.
박 후보는 "민주당 입당 요구가 있으나 동시에 제도권 정치를 넘어 새로운 변화와 혁신의 목소리를 제가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특정 정당이 아니라) 야권의 단일후보로서 야권 전체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말함으로써, 입당카드를 '꽃놀이패'로 쓰겠다는 고단수 정치공학적 노련함을 구사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