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불리함 깨고 저력 보여줘, "놀랍다"
  • ▲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박원순 변호사의 블로그 '원순닷컴'에 게재된 박원순 펀드 설명 페이지. 박원순 펀드는 개설 하루만에 20억원을 모으는 '대박'을 터뜨렸다.ⓒ
    ▲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박원순 변호사의 블로그 '원순닷컴'에 게재된 박원순 펀드 설명 페이지. 박원순 펀드는 개설 하루만에 20억원을 모으는 '대박'을 터뜨렸다.ⓒ

    “김 과장 기사 봤어? 20억이래 20억”

    서울시 국감이 열리는 27일 오전 서울시청. 예년 같으면 국감 자료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을 직원들의 분위기가 술렁거리고 있었다. 1년에 한번 있는 국감날이었지만, 서울시 복도통신의 주제는 온통 ‘박원순’이었다.

    그동안 차기 서울시장에 대한 하마평에는 극도로 말을 아끼던 서울시청이었다. 폐쇄적이고 예단을 쉽게 하지 않는 공직사회라는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선거에 대해서는 철저히 ‘무관심’으로 일관했었다.

    하지만 선거자금을 유권자들에게 빌려 마련하겠다는 박원순 펀드가 개설 하루만에 수천명이 참여, 수십억원을 마련했다는 소식에 서울시청의 공기가 달라지고 있다.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긴 했지만, ‘대세는 박원순’이라는 말을 실감케 하는 아침이었다.

    27일 오전 9시 박원순 캠프에 따르면 지난 26일 정오에 개설된 박원순 펀드에 가입한 계좌는 모두 3천355건. 약정금액만 20억200만원에 이른다. 이 중 실제 입금한 사람만 2천546건이며 입금액은 14억9천800만원이다.

    박원순이라는 네임밸류 하나만으로도 산술적으로 2~3일이면, 선거비용 38억원을 모두 모을 수 있다는 말이다.

    박 예비후보는 그동안 정당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무소속 시민후보라는 점에서 조직력과 자금 동원력에서 열세를 겪을 것이라는 분석을 낳았다. 하지만 이번 펀드를 통해 시민단체의 후원이 정당의 그것에 비해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청 고위 관계자는 “(박원순 펀드의 실적에)사실 모두 놀라는 분위기다”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금액도 금액이지만, 펀드에 참여한 사람이 수천명이나 된다는 것에 놀랐다”고 했다.

    그는 “이 사람들은 모두 박 후보를 찍을 것이고, 이들과 관련된 사람까지 합하면 이미 박 후보는 선거 운동 전부터 수만표를 안고 가는 셈”이라고 계산기를 두드렸다.

    반면 박원순 펀드도 결국 ‘제2의 유시민 펀드’에 머물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도 많았다.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는 지난해 6월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 당시 ‘유시민 펀드’를 조성해 사흘 만에 법정선거비용 41억 원 모금에 성공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유 대표는 선거에서는 김문수 도지사에게 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