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매체가 최근 정치권을 강타한 이른바 `안철수 신드롬(안풍.安風)'을 23일 상세히 소개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의 내각기관지 `민주조선'은 이날 `남조선 정계를 흔드는 안철수 돌풍'이라는 개인필명의 글을 통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고민하면서 유력한 대권 후보로 부상한 상황을 비교적 자세히 다뤘다.

    민주조선은 `안철수 돌풍'을 몰고온 유인(誘因)으로 오세훈 전 시장의 사퇴로 인한 갑작스런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꼽으며 "기성 정객들이 아니라 참신한 인물을 내세워야 정권도 교체할 수 있고 인간답게 살 수도 있다는 남녘의 민심이 안철수 돌풍을 몰아왔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한나라당에 대해 "서울시장 선거 문제가 차기 대통령 선거 문제로 번져가면서 친이계와 친박계의 계파싸움이 표면화되고 있다"고 비판했고, 민주당을 향해서도 "민주당의 주류파와 비주류파간 갈등과 대립이 표면화되면서 밥그릇 싸움을 한다는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남조선 인민들은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물고뜯는 패거리 싸움만 하는 썩은 정당들에 아무 것도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것을 통절히 느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안철수 돌풍이 썩어빠진 정당정치에 대한 인민들의 불신에 기초한 것인 만큼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앞으로도 남조선 정국을 휘저을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틀 전인 21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치열한 서울시장 선거전'이라는 개인필명의 글에서 "남조선에서는 난데없이 `안철수 돌풍'이라는 것이 일어나 정계가 술렁이고 있다"고 북한 매체로서는 `안풍'을 처음으로 소개했다.

    당시 노동신문은 서울시장 선거를 앞둔 여야간 경쟁을 다루면서 안풍을 끼워넣기 식으로 소개했지만 이날 민주조선은 안풍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물론 현재의 위력, 향후 전망까지 상대적으로 상세하게 분석했다. 그러나 두 신문 모두 안철수 대학원장에 대한 호불호(好不好)는 드러내지 않았다.

    이처럼 북한이 `안철수 돌풍'을 조명하는 것은 주민들에게 남한 정치의 혼란상을 강조해 북한 체제가 더 낫다고 선전하고 남한의 각종 선거에 간접적으로 개입해 북측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남한의 민주 대 반민주의 이분법 구도에서 한나라당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남한이 정치적 소용돌이에 빠져 있다고 강조함으로써 북한 체제가 우월하다고 선전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조선은 이날 안철수 돌풍을 다룬 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남조선 집권자'라고 표현, 실명비난을 자제하는 태도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