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 석 자 지키기 힘든 세상

    본인 동의도 없이 명단에 올린 사람이나, 정정요구를 묵살한 언론사 사람이나, 참 서글픈 세상, 살기 어려운 세상이다.

    柳根一(언론인/뉴데일리 고문)


    “오늘 <연합뉴스> 기사에 《범여권 시민단체 ‘이석연 서울시장 후보 추대’》라는 제목의 기사가 떴다. 기사를 작성한 <연합뉴스>의 김 모 자는 조갑제 대표를 비롯, 류근일 前 조선일보 주필 등의 인사들이 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범여권의 서울시장 시민후보로 ‘추대’하는데 ‘참여했다’고 기사를 작성했다.
     
     조갑제 대표와 류근일 전 주필은 공식적으로 이석연 전 처장을 추대한 적이 없다. 문제의 기사는 모 시민단체가 명단이 잘못 작성된 공문을 그대로 받아 적으면서 비롯된 것이었다.
     
     곧바로 시민단체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에 부합되지 않는 내용이기 때문에 정정(訂正)을 요청했고, 관계자로부터 바로 조치하겠다는 확답을 받았다. 정작 문제는 기사를 작성한 <연합뉴스> 기자였다. 그는 시민단체에 내용 정정을 요청하고, 사실이 확인되면 기사를 정정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모든 절차를 마친 뒤, 몇 시간 후 다시금 기사를 확인했다. 명단에 여전히 조갑제 대표가 들어가 있었다.
     
     김 모 기자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는 “새로 작성한 ‘종합’ 기사에서 이름을 삭제했으니, 문제없지 않느냐”고 했다. 그에게 “이미 지나간 기사라 하더라도 계속 검색이 되고 있으니 정정하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그랬더니 대뜸 “지금 시비 거는 겁니까?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전화 끊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긴 뒤, 곧바로 전화를 탁~! 하고 끊어버렸다.
     
     이상은 김필재 기자의 기사의 한 대목이다. 필자 역시 문제의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을 허락한 적이 없다. 언론인은 기사와 논평으로만 말할 뿐 직접적인 집단 정치행위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을 직업윤리로 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어떤 몰지각한 인사가 필자의 거듭된 명시적 거부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이름을 명단에 올렸던 모양이다. 이것을 일부 매체가 초동(初動)에 그대로 보도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치자. 그러나 정정요구를 접수하고서도 정정하지 않은 것은 그 역시 직업윤리에 맞는 행위라 할 수가 없지 않은가?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이름을 본인 동의도 없이 명단에 올린 사람이나, 정정요구를 묵살한 언론사 사람이나, 참 서글픈 세상, 살기 어려운 세상이다. 각자가 사는 방식을 존중해 주면 어디 덧나나? '시민후보' 추대니, 기사작성이니 하기 이전에 기본적인 룰을 지키는 게 선행사항일 것이다.
     
     류근일 /본사 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