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記者)는 백정(白丁)보다 못한 직업(職業)이야"
나라의 좌경화(左傾化)가 언론(言論)과 기자(記者)의 저질화(低質化)로 이어지고 있다.
金泌材
-
대학교 3학년 시절 어느 선배 기자(先輩 記者)의 권유로 지금은 주간잡지사가 된 모 언론사에 취업이 되어 보수(保守)진영에서 기자(記者)생활을 한지 올해로 9년째다. 얼마 전 차장으로 승진한 모 유명 월간지의 선배(先輩) 기자는 9년 전 대학생이었던 내게 다음과 같은 충고(忠告)를 해주었다.
“필재(泌材)야 너는 기자(記者)가 왜 기자(記者)인지 아니? 세상에서 잘 나가는 변호사는 한자(漢字)로 '사(士)' 자(字)를 쓰는데 우리는 왜 놈 ‘자(者)’ 자(字)를 쓰는지 아니? 이유는 간단해! 記者는 세상의 잘난사람-못난 사람들의 잘한 짓, 못한 짓을 있는 그대로를 기록(記錄)하는 맨 밑바닥 직업(職業)이기 때문이야. 옛날로 치면 우리는 세상에서 제일 천한 백정(白丁)보다도 못한 職業일지도 몰라. 우리는 사회(社會)의 맨 밑바닥에서 ‘사실’과 ‘진실’을 기록(記錄)하면서 살아가야 해. 우리 직업은 돈과 명예와는 거리가 멀어. 너도 기자(記者)가 됐으니 돈 벌어 부자(富者) 되기는 글렀구나. 그렇지만 누구보다도 세상(世上)을 잘 알게 될 거야. 그게 우리의 특권(特權)이지.”
9년이 지난 지금, 나는 기사(記事)를 작성한 후 내 이름의 타이틀을 기자(記者)라고 넣지 않고 있다. 이유는 언제부터인지 記者라는 타이틀조차도 과분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記事란 것이 쓰면 쓸수록 어렵다는 생각과 함께 나 자신이 항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 모든 記者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 記事를 쓰지는 않는가 보다. 오늘 <연합뉴스> 記事에 《범여권 시민단체 ‘이석연 서울시장 후보 추대’》라는 제목의 記事가 떴다.
記事를 작성한 <연합뉴스>의 김 모 記者는 조갑제 대표를 비롯, 류근일 前조선일보 주필 등의 인사들이 이석연 前법제처장을 범여권의 서울시장 시민후보로 ‘추대’하는데 ‘참여했다’고 記事를 작성했다. 조갑제 대표는 그러나 공식적으로 이석연 前처장을 추대한 적이 없다.
문제의 記事는 모 시민단체가 명단이 잘못 작성된 공문(公文)을 그대로 받아 적으면서 비롯된 것이었다. 곧바로 시민단체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에 부합되지 않는 내용이기 때문에 정정(訂正)을 요청했고, 관계자로부터 바로 조치하겠다는 확답을 받았다.
정작 문제는 기사(記事)를 작성한 <연합뉴스> 記者였다. 그는 시민단체에 내용 정정(訂正)을 요청하고, 사실이 확인되면 記事를 訂正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모든 절차를 마친 뒤, 몇 시간 후 다시금 記事를 확인했다. 명단에 여전히 조갑제 대표가 들어가 있었다.
김 모 기자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는 “새로 작성한 ‘종합’ 기사에서 이름을 삭제했으니, 문제없지 않느냐”고 했다.
그에게 “이미 지나간 記事라 하더라도 계속 검색이 되고 있으니 정정(訂正)하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그랬더니 대뜸 “지금 시비 거는 겁니까?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전화 끊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긴 뒤, 곧바로 전화를 탁~!하고 끊어버렸다.
대통령(大統領)이 되어서도 자신의 구두를 손수 닦던 링컨의 말처럼 ‘겸손’이란 ‘지극히 당연한 것을 지극히 당연하게 하는 것’일 것이다. 다른 사람들보다 높은 곳에 있길 원한다면 그들보다 아래에 있고, 그들보다 앞서기를 바란다면, 그들 뒤에 있어야 할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라가 좌경화(左傾化) 되고부터 記者가 된 것을 무슨 특권(特權)처럼 생각하는 記者들이 많아졌다. 記者가 되기 전에 먼저 인간(人間)이 되어야하고, 그러려면 서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할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記者는 백정(白丁)보다 못한 직업(職業)’이라는 충고를 해주었던 선배가 정말 고맙게 느껴진다. 이 자리를 빌어 그 고마운 선배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조갑제닷컴)
김필재(金泌材)/spooner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