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까지 속일 수는 없어요
      
    모든 사람들을 한동안 속일 수는 있지요. 소수의 사람들을 언제까지나 속일 수도 있습니다. 나도 그런 한심한 인간들 중의 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인간들을 알아보는 눈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링컨은 그런 말끝에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언제까지나 속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내가 큰 인물이, 링컨 같은 큰 인물이, 월남 이상재나 도산 안창호 같은 큰 인물이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오래전에 이미 깨달아 알고, 요렇게 작은 살림이나 꾸려나가면서 80대의 노인이 되기까지 살아왔습니다.

    남을 속이지 않는 큰 힘을 지니고 이 세상에 태어나는 사람들이 간혹 있습니다. 그러나 그 ‘천부의 능력’을 지키고 다듬고 가꾸지 않으면, 세파에 시달리다 마침내 우리가 흔하게 만나는 ‘거짓말쟁이’가 되고 마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은 젊은 사람들을 가르침에 있어서, 모두가 정직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끝까지 정직하게 살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타고난 소수의 ‘천재들’이 좌절되지 않도록 돕는 일도 소홀이 여겨서는 안 된다고 믿습니다.

    다시 태어나면,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고 누가 묻는다면 내가 대답할 말이 꼭 한 마디 있습니다.

    “단 하루를 살더라도, 철두철미 정직한 사람이 되고 싶을 뿐입니다.”

    그렇게 살지 못하였기 때문에 지금 분통이 터지는 노년을 체념으로 달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