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검, 서울중앙지검에 재수사 지시 '이례적'
  • 횡령 혐의로 피소됐다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은 가수 비(본명 정지훈·29)가 재수사를 받게 됐다.

    서울고등검찰청(검사장 안창호)은 자신이 최대주주인 J사의 공금을 모델료 명목으로 챙긴 혐의(횡령 등)로 피소돼 "혐의 없음" 처분을 받은 비에 대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검사장 최교일)에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다고 4일 밝혔다.

    '재기수사 명령'이란 처음 사건을 맡은 검찰청이 불기소 처분한 사건을, 상급 검찰청에서 다시 수사하도록 지시하는 것을 일컫는다.

    그러나 반드시 기소를 해야 하는 '공소제기 명령'과는 달라, 재수사에 착수한 원 검찰청이 이번에도 혐의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다시 불기소 처분을 내릴 수 있다.

    ◆검찰 "비에게 고의성 없어‥" 무혐의 처분

  • ▲ 사진 제공 = 엠넷미디어
    ▲ 사진 제공 = 엠넷미디어

    J사 투자자인 이모씨는 지난해 4월 가장납입 수법을 동원, 회사 공금 20억원을 횡령해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쳤다며 비를 포함한 J사 주주 8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사건을 접수한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검사 배성범)는 "자금흐름을 추적한 결과 가장납입을 했다는 이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고 의류사업을 빌미로 투자금을 받아 가로챘다는 주장 역시 J사가 실제 의류를 생산, 사업을 한 점에 비춰볼 때 사기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J사가 비에게 거액의 전속모델료를 지급,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검찰은 "전속모델료는 주관적 개념이고, 배임 의사를 갖고 회사가 돈을 지급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비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J사의 전 대표 조모씨와 주주 강씨에 대해선 횡령 혐의를 적용, 기소 처분했다. 결국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용대)는 "조씨와 강씨에게 횡령 등의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같은 법원 판결 직후 비는 자신이 회사 공금을 횡령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작성·보도한 기사 2명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지난 7월 해당 기자에게 각각 3,000만원과 2,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고소인 이씨 "가수 비, 횡령 혐의 맞다" 항고

    한편 고소인 이씨는 검찰 수사와 법원의 판결에 불복, 비에게 과다 지급된 모델료와 개인차량 리스료 등이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며 항고를 제기했다.

    이씨의 항고를 접수한 서울고검은 검찰 수사에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음을 지적,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재수사를 할 것을 서울중앙지검에 명령했다.

    서울고검은 비가 J사와 맺은 모델 계약 내용에 해당하는 활동을 하지 않았고 다른 모델 계약과 비교했을 때 J사가 지급한 모델료는 지나치게 많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비의 개인차량 리스료 3,000만원과 사무실 임대료 4,700만원을 회사가 부담한 점 역시 재수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서울고검은 J사가 의류사업을 시작하기도 전 비에게 자본금의 50%에 달하는 22억5,500만원을 모델료로 일시 지급한 점과, 비와 관련된 회사 관계자에게 대여금 명목으로 자본금이 사용된 사실도 회사에 악영향을 끼친 요소로 보고 있다.

    서울고검은 가수 비 외에도 J사의 전 회계담당 임원에 대해서도 "대표의 횡령을 막을 의무를 소홀히 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추가 조사를 지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