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 피해 여학생이 사건 발생 이후 처음으로 언론에 심경을 밝혔다.

    피해 여학생 A씨는 2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가만히 있어도 진실이 밝혀지리라 믿었는데 인터넷과 학교, 병원 등에서 사실과 다른 악의적 소문이 돌아 그냥 있으면 안 되겠다고 결심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A씨는 "사건이 알려지고 나서 자신을 둘러싸고 '가해자들과 사귀는 관계였다'는 등의 소문이 돌았고, 가해 학생 중 한 명이 구속 전 교내에서 '피해자는 사생활이 문란했다/아니다'는 등의 문항을 담은 설문지를 돌린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설문에 응한 학생들은 가해 학생과 부모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구속을 피하려는 의도'라고 말해 서명한 것으로 안다"며 "설문 내용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A씨는 "전에 학교를 갔는데 동기들이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더라"며 "내가 피해자인데도 불구하고 왕따를 당하는 느낌이 들어 이상했다"고 말했다.

    "그 이유가 바로 이 설문조사 때문인 것 같다"면서 A씨는 "게다가 가해학생 부모들이 교수님을 찾아가서 이 설문지를 보여주면서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해서 교수님들도 그쪽 주장을 믿고 있다"고 밝혔다.

    남학생들을 따라간 A씨의 잘못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원래 내가 아닌 다른 여학생이 갈 예정이었는데 출발 당일 약속이 취소됐다며 우리 집 앞으로 차를 몰고 왔다"면서 "처음엔 당황했지만 6년 간 동고동락하며 친했기 때문에 따라갔다"고 해명했다. A씨는 "나는 남자가 아닌 친한 친구들과 여행을 간 것"이라고 강조했다.

    A씨는 일부 가해학생이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 발뺌을 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경찰이 처음 조사할 당시 학교양성평등센터에서 자필로 다 인정했고 녹음도 돼 있다. 그것은 학교양성평등센터에서 가지고 있다"며 "첫번째 경찰조사를 받은 이후에 지금 부인하고 있는 모 학생으로부터 '미안하다. 후회하고 있다'는 문자가 왔다. 이것 역시 증거로 제출했다"고 말했다.

    또한 "사건 발생 다음 날에 제가 한 명을 불러서 '내가 다 기억하고 있다'고 했더니 걔가 놀라면서 '아, 걸렸다'라고 했다. 사과하지 않는 것에 제가 너무 화가 나서 뛰쳐나왔는데 제가 기억을 못할 줄 알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A씨는 "나머지 두 명은 사진과 타액 DNA가 나와서 확실한 물증이 있는데, 부인하고 있는 모 학생의 경우에는 제가 기억하는 것과 진술 자료들 밖에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지 부인하려고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A씨는 "우리 가족이 겪은 피해는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며 "부모님께서 많이 속상해하시고 매일 밤 잠을 못 이루고 계신다. 가족들 마음이 모두 감옥에 갇힌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또 "내게는 3년 된 남자친구가 있고, 사실과 관계없는 소문에 남자친구가 매우 속상해 하고 있다"며 "나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A씨는 '가해자들이 출교보다 약한 처분을 받아 돌아올 길이 열린다면 어쩌겠느냐'는 질문에 "그대로 학교에 다닐 자신이 없다"며 "우울증과 외상후 스트레스성 장애(PTSD) 진단을 받았지만 애써 밝은 척 하고 있는데, 혹시 그 학생들과 마주칠까 봐 온 힘을 다해 버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려대 의과대학 본과 4학년인 한모(24)씨 등 3명은 지난 5월21일 경기 가평 용추계곡 모 민박집에서 함께 여행 온 A씨가 술에 취해 잠든 틈을 타 속옷을 벗기고 신체부위를 만지는 등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