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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곡의 여왕'으로 이름을 날린 메조소프라노 백남옥(65)씨가 32년의 교단생활을 마쳤다.
- ▲ 정년퇴임 백남옥 경희대 교수 "저서 준비…지금부터 시작"ⓒ
지난달 31일 경희대 교수 임기를 마치고 정년 퇴임한 백씨는 2일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명예롭게 퇴임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여태껏 지고 있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기분도 들고, 한편으로는 허전하기도 하다"는 그는 1979년 경희대 음악대학에 부임한 후 수많은 후학을 길러냈다.
백씨는 서울대 음대 재학 중 동아콩쿠르에서 1위로 입상하면서 음악계에 등장했다. 베를린 국립음대 유학 시절에는 교향악단 솔로이스트로 유럽 무대에서 활약했고 여러 오페라에 출연했다.
그는 "어머니 노릇이며 스승 노릇 등 1인 5~6역을 하느라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며 "여자 성악가의 길은 가시밭길"이라고 그간의 음악과 교직 생활을 회고했다.
"외국에 가도 남자 성악가와 여자 성악가가 달라요. 남자 성악가의 부인이 남편 와이셔츠를 챙겨줘도, 저는 남편에게 드레스를 준비해달라고 이야기할 수 없잖아요. 오히려 '아이를 어디에 맡겨라, 반찬이 어디 있다' 일러줘야 했죠."
40대 후반에서 50대 중반 사이 한때에는 건강이 크게 나빠진 적도 있었지만 "관객이 나를 살려준 것 같다"고 백씨는 전했다.
가곡 음반과 TV 가곡연주회 출연 등으로 한국 가곡의 매력을 알렸던 그는 무대에 설 때 한복을 챙겨 입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폴란드 태생의 쇼팽은 연주여행을 하면서 모국의 흙을 항상 가지고 다녔습니다. 폴란드는 전쟁과 식민지를 겪은 약소국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하지요. 저는 흙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전통 의상을 가지고 해외에 나가고 싶었어요."
"40년간 한복을 고집했는데 제자들이 한 명도 따라오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한 백씨가 교육자로서 중시했던 것도 이런 '바른 의식'이었다.
유학을 떠나는 제자들에게도 "기능적으로 노래를 배우는 것을 넘어서 그 나라가 왜 선진국인지를 꼭 배워와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했다.
늘 퇴임 이후를 준비해 왔다는 백씨에게 정년퇴임은 마무리가 아니라 인생 3막의 시작이다.
지난 5월에는 성남아트홀에서 대규모 정년퇴임 공연을 했고, 최근에는 새로운 오페라 관련 저서도 준비하고 있다.
"13년만에 출연한 한 TV 프로그램에서 '60대의 나이에 30대의 소리를 낸다'는 평을 받았다"며 자신감을 보인 그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에 나설 의지가 있음을 내비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