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 농업계가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를 고대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한국에 낙농제품과 육류 등을 주로 수출하는 농업국가로, 2009년 6월부터 2010년 5월까지 한국과 4차례 FTA 협상을 벌였으나 별 진전 없이 정체돼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시장을 놓고 뉴질랜드와 경쟁하고 있는 칠레, 유럽연합(EU), 미국, 호주 등의 FTA 행보는 한참 앞서 있다. 한-칠레 FTA는 이미 정착단계이고 한-EU FTA는 지난 7월1일 발효됐다. 한-미 FTA도 내년 1월 발효를 목표로 비준절차가 진행 중이며 호주도 한국과 FTA 협상의 연내 타결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때문에 뉴질랜드 농업계로선 경쟁국들이 잇따라 한국시장에서 FTA의 이점을 활용하고 있는데 대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뉴질랜드 키위 단일수출업체인 `제스프리'의 데이비드 다쉬 판매담당 애널리스트는 31일 농협 해외취재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한국과의 수출에서 장애 중 하나가 45%에 달하는 높은 관세"라면서 한국과 조속한 FTA 체결을 희망했다.

    그는 "한국과 이미 FTA를 체결한 칠레의 키위는 관세가 12%밖에 되지 않아 제스프리 키위는 가격경쟁력 면에서 불리하다"면서 "한국과 FTA 협상이 빨리 재개돼 관세 장벽이 낮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근까지 한국지사장을 지내다가 제스프리 본사에서 전략사업분야를 총괄하고 있는 임규남씨는 "현재 한국에 연간 700만 상자(1개 상자 3.5kg)의 키위를 수출하고 있는데 FTA 체결시 수출량이 50%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FTA 체결이 늦어짐에 따라 제스프리는 직접 수출 뿐만아니라 제주도 140여개 농가와 재배계약을 맺고 `제스프리'라는 이름으로 키위를 출하해 한국시장을 우회적으로도 공략하고 있다.

    또 제스프리는 높은 관세 장벽을 뛰어넘어 한국시장의 점유율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빨간 키위' 등 새로운 품종의 판매가 결정되는대로 즉각 한국시장에 내놓을 방침이다.

    뉴질랜드 낙농업계도 한국과의 FTA 체결에 대한 열망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

    뉴질랜드 낙농산업의 대표적 조직인 `폰테라 협동조합 그룹(이하 폰테라)'의 새라 패터슨 통상전략담당 그룹매니저도 지난 29일 농협해외취재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FTA 협상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했다.

    그는 "폰테라에게 한국은 중요한 낙농제품 시장으로 한국과의 무역관계가 계속 이어지고 성장할 것을 기대한다"면서 "한-EU, 한-미 FTA로 한국시장에서 뉴질랜드 제품들이 불리한 영향을 받고 있거나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현재 한국에 수출되는 뉴질랜드 버터의 경우 89%를 비롯해 쇠고기 40%, 가공 목재 최고 11%, 화장품 8% 등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뉴질랜드 외교통상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 수출되는 뉴질랜드 품목에 부과되는 관세가 연간 1억9천500만 뉴질랜드달러에 달한다. FTA가 체결될 경우 관세가 철폐되거나 크게 낮아지게 되므로 뉴질랜드 제품은 그만큼 한국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갖게 된다.

    뉴질랜드가 한국과의 FTA체결에 이처럼 목을 매는 것은 한국은 2009년을 기준으로 뉴질랜드의 7대 교역국(수출 6위, 수입 7위)으로 경제적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한국은 뉴질랜드와 FTA 체결에 대해 현재로선 적극적이지 않다.

    뉴질랜드가 한국에 요구하는 개방수위가 과도하게 높은 반면에 뉴질랜드 시장에서 기대되는 FTA 효과가 크지 않아 한국으로선 FTA 체결에 선뜻 나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통상교섭본부에 따르면 2009년을 기준으로 뉴질랜드는 한국의 46위 교역상대국(수출 51위, 수입 39위)에 불과하다. 또 FTA를 체결할 경우 뉴질랜드 낙농제품과 육류의 수입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 축산업계의 반발 등을 감안할 때 한국 정부로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더욱이 뉴질랜드로 수출되는 한국 공산품의 경우 이미 관세가 낮은 상태여서 FTA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뉴질랜드 농업계의 간절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조만간 한국과 뉴질랜드의 FTA 협상이 재개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뉴질랜드가 한국측에 원하는 FTA체결시 관세 철폐 및 감축에 대한 요구수준을 현재보다 크게 낮추는 등 `적극성'을 보이면 협상의 물꼬는 언제든 다시 트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